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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뿔난 中, 美 빅테크 정조준


입력 2025.02.09 06:06 수정 2025.02.09 06:06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트럼프 10% 추가 관세에 中, 美 빅테크 반독점 조사 착수·검토

애플의 경우 고율 앱스토어 수수료·외부결제 제한을 문제 삼아

中, 對美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빌드업’ 차원이라는 분석

中 내부서 美 기업 반독점조사 ‘부작용 낳을수 있다’ 우려 나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뉴시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기술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미 빅테크를 조준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한 ‘빌드업’(사전 준비)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반독점 규제당국인 국가시장감독총국(SAMR)은 구글에 이어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 등과 관련해 중국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공식 조사 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 등이 지난 5일 보도했다. 현재 30% 수준인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와 외부 결제서비스 제한 등이 중국 반독점 규제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애플 임원과 앱 개발자 등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애플이 정책 변경을 거부할 경우 중국은 공식 조사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독점법에 따르면 반독점 위반 행위가 최종 인정될 경우 해당 기업은 전년도 중국 내 매출의 최대 10%의 벌금이 부과된다.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은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갈등을 빚었다. 애플은 EU의 디지털시장법(DMA)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앱스토어 정책을 변경해 제3자 앱 스토어를 허용하고 외부 결제를 허용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에 대한 불만은 텅쉰(騰訊·Tencent)과 즈제탸오둥(字節跳動·Bytedance) 등 중국 앱과 애플 간의 오랜 갈등 속에서 비롯됐다”며 “중국 규제당국의 애플에 대한 내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텅쉰과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 법원은 현지 개발자가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을 문제삼아 제기한 소송도 받아들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3월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새로운 플래그십 애플스토어 '징안점' 개장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AP/뉴시스

애플이 중국에서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경우 타격이 매우 클 전망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중국은 미국·유럽에 이어 세번째로 큰 시장이다. 하지만 애플은 최근 중국 경제침체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애국소비 바람’이 불면서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있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2% 감소한 185억 1000만 달러(26조 800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12.9%) 이후 가장 하락폭이 크다. 화웨이(華爲) 등 중국 현지 스마트폰 업체들이 기술 상향 평준화를 이뤄 약진하는 바람에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시장감독총국은 인텔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텔에 적용된 혐의나 조사 성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인텔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협상 여부에 달렸다고 FT는 전했다.


인텔은 이전부터 이런 위험을 감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보안협회는 지난해 10월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인텔 제품이 보안에 취약성을 보인다며 사이버보안관리국(CAC)이 이에 대한 조사 진행을 촉구했다. 이 협회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영리단체다. 인텔에 대한 조사를 직접 수행할 권한은 없지만 규제 당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공식 웨이신(微信·Wechat) 계정을 통해 “중국의 국가안보와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인텔 제품의 취약성이 “사용자를 해킹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인텔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사이버보안관리국의 공식 조사를 시작하기 위한 전조일 수 있다”고 WSJ은 내다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의 구글 로고. ⓒ AP/뉴시스

중국 당국이 사이버보안 감사를 실시해 제재를 가할 경우 인텔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인텔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인텔은 지난해 중국에서 15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텔 전 세계 매출의 29%를 차지했다.


시장감독관리총국은 구글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다. 구글 검색서비스는 이미 중국 내에서 차단된 상태다. 그렇지만 구글 클라우드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광고 플랫폼(애드센스)는 물론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은 상당 부분 중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한다.


구글의 반독점법 규제가 확정된다면 이런 사업들은 제한되거나 철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화웨이나 샤오미(小米)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구글이 진행 중인 협력도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중국과 관련된 수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202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전체의 17%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조사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지배력과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오포(Oppo),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에 미치는 피해에 초점을 맞춰질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은 미·중 1차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구글에 대한 조사를 준비했지만 수년간 보류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60% 고율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나서자 조사가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 외신종합

미국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4일부터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즉각 맞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시진핑 주석과 24시간 안에 통화하겠다고 했으나,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4일 말을 바꿨다.


FT는 “중국이 미국의 빅테크 그룹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서면 해당 기업의 전 세계 수익에 따른 벌금이 부과하거나 주요 해외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에 대해 유사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소식통은 "다만 인텔에 대한 조사의 성격은 아직 불분명하며 조사 착수 여부도 미·중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컴퓨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부품이 ‘AI 가속기’다. 엔비디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무려 98%에 달한다.AI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GPU 시장도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점유율 80% 수준)하고 있다.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하청 업체 위치에 있다.


ⓒ 자료: 외신종합

AI 관련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도 쥐락펴락하고 있다. AI 개발 플랫폼인 쿠다(CUDA)가 주인공이다. 무료로 배포된 쿠다는 거의 모든 개발자가 사용한다. 쿠다는 엔비디아 GPU상에서만 작동되는 만큼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시장 독점을 공고히 하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2023년 609억 20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미국에선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중국이 엔비디아를 들여다 보는 이유다. 특히 엔비디아는 2019년 컴퓨터 네트워킹 장비를 만드는 이스라엘 회사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과 한 약속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미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류쉬(류旭) 칭화(淸華)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무역협상에서 반독점 조사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중국 기업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다”며 “반독점 조사는 필연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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