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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가는 길 ④] 민주당에서 꼽은 '난적' 오세훈, 중도 확장성 입증할까


입력 2025.02.11 06:00 수정 2025.02.11 06:0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조기 대선 출마 여부에 말 아끼지만…행보는 대권주자

연일 이재명 때리며 '반이 정서' 부각…'개헌론' 강조도

尹 탄핵 찬성했지만 공수처 폐지 등 지지층 향한 메시지

보수·중도층 겨냥한 전략적 모호성…당내 세력화 과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동행 자치구 지원사업 성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중함 그리고 전략적 모호성.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평가다. 오 시장은 여권에서 금기어처럼 여겨지는 '조기 대선'에 대해선 일절 말을 꺼내지 않으면서도,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행보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여권에선 보수 궤멸을 막기 위한 외연 확장에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구축한 오 시장이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 시장이 '결단의 시간'을 마주한 뒤에 관건은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 속에서 '경쟁력'을 입증받을 수 있느냐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오는 12일 국회에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개최한다. 오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87년체제 극복의 핵심은 중앙집권적인 국가체계를 허물고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데 있다며, 과감한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87년 체제 헌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앞장서서 '개헌 깃발'을 든 것이다. 오 시장은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이 중도적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 큰 틀에서 자신이 진영의 대표 선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책임을 다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오 시장은 '개헌'을 고리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년 반 전, 87년 체제를 바꾸기 위해 국회 헌법개정특위 설치까지 제안하셨던 분은 어디로 갔나"면서 "대권이 보이니 '고장난 차라도 일단 내가 타면 그만'이라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소환제'를 꺼내든 것을 언급하며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한 개헌 논의는 외면하고 극성 지지자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게 책임있는 해법이냐"고 비판했다. 또 "대권을 위한 계산기는 잠시 내려놓아라. 국민의 미래를 위해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개헌 논의에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오 시장의 이 대표 견제는 '이재명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틀에 한번 꼴이던 이 대표 저격 메시지는 최근에는 연일 나오고 있는데, 중도층 일각에 자리잡고 있는 '반(反)이재명' 정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전날 "보수는 북핵 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동맹과 한목소리를 내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좌우를 아무렇지 않게 오가며 그때그때 동맹을 정쟁거리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이틀 전엔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경제 성장과 기업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우클릭' 시도를 비판했다.


비상계엄 옹호 또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같은 '극우 메시지'와 거리를 두는 것도 중도층 공략 의도로 볼 수 있다. 오 시장은 당초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가,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변화된 입장을 냈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삼은 당을 향해서는 "당이 보편적 시각과 상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확장지향형 정당'의 길로 회생을 도모할지, '축소지향형 정당'으로 고립의 길을 걷다 사라질지 국민의힘은 선택해야 한다"고도 일침했다.


이로 인해 그의 보수 정체성을 의심하는 강성 지지층이 많아졌지만, 오 시장은 '탄핵 찬성'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내에서도 "본인은 비상계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탄핵정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부분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김종혁 전 최고위원)는 말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밤추위대피소로 운영되고 있는 동행목욕탕(현대옥사우나)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도 특정 현안에 대해서는 강성 지지층의 '니즈'에 맞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등을 외쳤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보수층과 중도층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포지션을 만들기 위한 스탠스"라고 분석했다.


이런 행보의 영향인지, 여론조사상 그의 지지 기반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층이 골고루 형성한 모습이다.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3~4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국민의힘 지지층 426명, 무당층('지지정당 없다' 및 '잘 모르겠다' 응답자) 76명에게 '범여권 대선후보로는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오 시장이 총 7명의 범여권 주자 중 2위(14.7%)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5.5%, 무당층에서 10.5%의 지지를 얻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5일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에서, 오 시장은 이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지지율(8%)을 기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탄핵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오 시장은 여전히 조기 대선과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신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 이후에 답변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5일 TV조선 '강적들'에선 "출마 의사가 100%인 것 같다"는 패널들의 말에 웃기만 했을 뿐 별다른 반박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선 조기 대선이 열리면 오 시장이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 시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인사들은 오 시장이 지난달 서울시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공공재'를 언급한 걸 주목하고 있다. 그는 당시 "4선 서울시장으로서 꾸준히 여러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쌓은 경험은 제 개인 것이 아닌 일종의 공공재"라며 "이런 공공재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오 시장의 신중함과 전략적 모호성이 대권 첫 관문인 당내 경선에서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당내 경선은 당원 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통해 본선 후보를 선출하는데, 당원 투표는 상대적으로 선명성 경쟁이 될 수밖에 없고, 현재로만 놓고 보면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오 시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오차범위 밖 격차로 뒤를 잇는 수준이다.


오 시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진영 간의 극단적 대립이 이뤄지면서 중도의 폭이 좁아들었다"며 "(윤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패닉 상태가 되면 중도층이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어서 중도층에 대한 임팩트가 예전보다 더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가장 그 중도의 임팩트에 강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오 시장이 진영적 논리에서 다소 약하다고 볼 수 있으나 오 시장이 나름대로 중도적 역할과 메시지를 보여왔다"며 "'4선 서울시장' 타이틀 그 자체가 대권으로 가기에 부담없는 경력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층과 중도층이) 오 시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오 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는 탄핵 찬성파인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탄핵 반대파 아니냐"라며 "한 전 대표가 (경선에) 나와서 어떻게 보면 (탄핵 반대파와) 대신 싸울 거 아니냐. 그러면 가운데 있는 오 시장이 '중간자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부활'하기 전까지 10년간 야인 생활을 한데다, 서울시장을 연이어 하는 동안 당내 세력이 약화했다는 배경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이 당내에 세력이 많이 없는 건 사실"이라며 "이 대표를 상대하는 한 오 시장보다는 확실한 노선을 취하는 주자가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특별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 시장의 당내 지지세를 확인하는 계기는 그가 주최하는 개헌 토론회가 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최근 지지율이 정체를 보인다는 평가에 대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과 지지율이 꼭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도 들어보고 또 해왔던 일도 다시 한 번 조망을 하게 되면 지지율은 늘 바뀔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주당에서도 오 시장을 '어려운 상대'로 꼽은 바 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 입장에서) 오 시장이 상대하기 어렵다"며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0.74%p차로 패배했던 원인이 서울이다. 서울에서 이겨야만 이번 대선도 승리할 수 있기에 그런 측면에서는 오 시장이 (여권에서) 제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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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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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텔게우스 2025.02.11  07:53
    탄핵을 찬성하면서 보수우파의 대권후보를 꿈꾸는 자체가 난센스 아니십니까! 탄핵찬성은 여차하면 탈당하여 제3지대로 해쳐모여 단일화 고리로 지분확보하겠다는 것 말고 뭐가 있나요? 탄핵찬성으로는 보수우파의 대권후보가 되기는 바늘구멍 통과보다도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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