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웃는 남자’는 한 편의 뮤지컬 영화와 같기도, 혹은 한 편의 인형극 같기도 하다. 뮤지컬 무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생생한 표현들이 가득한데, 또 어떤 면에선 아기자기한 연출로 잔잔한 위로를 안기기도 한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8년 초연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올해 사연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다시 올려졌다. 5년간 175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초연부터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으면서 예그린뮤지컬어워즈, 한국뮤지컬어워즈, 골든티켓어워즈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뮤지컬은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귀족에 의해 찢긴 입으로 살아가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그윈플렌과, 순백의 여린 마음을 갖고 있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데아의 삶을 그린다. 두 인물을 통해 사회 정의가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조명한다.
공연장은 그윈플렌의 입꼬리를 닮은 원형의 무대조형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센 폭풍에 휘말려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 최후를 맞는 바다, 클랜찰리 경의 상속자가 된 그웬플린의 새로운 환경을 보여주는 거대한 침대와 조시아나 여공작만큼 화려하고 치명적인 귀족 거처의 인테리어, 삼각뿔 모양으로 대형이 갖춰진 의회의 모양까지. 작은 공간과 이미지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무대 기술을 이용해 독창적인 무대가 눈을 즐겁게 한다.
무조건 화려함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극 중 극을 선보일 때는 하나의 인형극을 선보이는 것처럼 아기자기한 무대연출을 통해 그 안에서 세밀한 감정을 압축해 전달한다. 신분제, 가족애, 순수한 사랑 등 극중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특히 그윈플렌과 데아의 순백 같은 사랑 이야기에서 이러한 면모가 가장 돋보인다.
특히 2022년 삼연에 이어 올해도 그윈플렌을 연기한 박은태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폭발적인 가창력은 이전보다 더 깊어졌고, 지난해 뮤지컬 ‘벤허’로 데뷔한 장혜린은 풋풋하고 깨끗한 분위기의 데아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서범석(우르스스 역)의 굵직한 카리스마, 김소향(조시아나 역)의 매혹적인 캐릭터 해석력 등도 돋보인다.
이번 시즌엔 박은태와 함께 그윈플렌 역에 이석훈·규현·도영(NCT), 우르수스 역에 서범석과 함께 민영기, 데아 역에 이수빈·장혜린, 조시아나 역에 리사·김소향이 캐스팅됐다.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