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욱 "선관위 검사 결과 외부로부터 내부 시스템 침투할 수 있는 여러 문제 발견"
"해커 입장서 보면 망 연결됐다고 볼 수 있어…시스템 공격받으면 사회 혼란 초래"
김용빈 "재검표서 가짜 투표지 발견? 제가 보고받기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정부, 상당한 돈 지원해 선거 서버 개선…부정선거 주장 나오는 것 안타깝게 생각"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배경이 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선거 시스템'을 두고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상반된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백 전 차장은 "외부로부터 내부 시스템으로 침투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주장한 반면, 김 사무총장은 "실제상황에선 데이터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백 전 차장은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관위 종합시스템과 관련해 검사 보고를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라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외부로부터 내부 시스템으로 침투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답했다.
백 전 차장은"선관위는 업무망과 선거망을 분리해서 관리해야 하는데, 연결통로가 있어서 망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해커 입장에서 보면 망이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선거 직후에 시스템이 공격받으면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거망을 '국민들이 투표할 때 사용하는 망'이라고 전제한 뒤 "유권자 4400여만 명이 관리되는 망이어서 제일 중요하다"며 당시 보안 점검 결과는 국정원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망에 침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보안전문가 자격으로 증인 신청한 인물이다. 2023년 7~9월 선관위 보안 점검을 주도했다.
당시 국정원의 보안점검은 전체 장비 6400대 중 5%인 317대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백 전 차장은 당시 대외비 문건 유출은 확인됐지만 내부 선거시스템 침해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백 전 차장은 점검 대상이 5%에 그친 배경은 선관위가 아닌 국정원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저희는 점검을 많이 하고자 했지만 제약이 있어서 많이 할 수 없었다. 집계해보니 전체 5%를 점검했다"며 "전체 점검이 이뤄졌다면 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을 것"이라며 "문제가 늘어나지,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 전 차장은 부정선거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선관위 점검을 한 것이 아니라며, 관련 질의에 대해 "저희들(국정원)이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 당시 "2023년 10월 국정원이 3차례에 걸쳐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보고 했는데 부실하고 엉터리였다"며 "그때도 충분히 다 보여준 게 아니라 5%만 보여줬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김 사무총장은 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측 관련 질의에 "선거 관련 소송이 140건 제기됐는데 14건이 소 취하됐고 각하나 기각된 게 126건"이라며 '과거 재검표에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된 적 있느냐'는 질의에 "없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정원 점검에 대해 "단순히 5% 검증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317대는) 국정원 쪽에서 자의적으로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검표에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된 적 없었느냐'라는 국회 측 질문에 "제가 보고받기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현실적으로 투개표 데이터를 조작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실제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의 점검 불응 주장에 대해 "국정원이 시간·인원 제약으로 모든 서버를 못 살펴본 것"이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측 부장선거 주장에 대해 "보안 결과 이후 정부가 상당한 돈을 지원해 선거 서버를 개선했다"며 "계속 서버 관련 부정선거 주장이 이뤄진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 대리인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부정선거 관련 대법원판결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황 전 총리는 공직선거법(157·158조)상 '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를 교부함에 있어 개인 도장을 찍게 돼 있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도장을 직접 찍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실질적으로 행정 절차에 관한 규정이라며 법원과 헌재에서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황 전 총리가 재차 반박하자 "결국은 판결을 부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2019년 공직선거법 규정 취지가 도장을 직접 찍을 것을 전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 사무총장은 또 "재검표나 개표장에서 한 번도 접지 않은 투표지가 나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황 전 총리의 질문에 "이미 21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소송에서 다뤄진 주제다. 검증 결과 대법원이 정상적인 투표지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대법원 판결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심판정에서 발언을 이어가던 윤 대통령은 백 전 차장의 증인 신문을 앞두고 오후 4시 25분께 퇴정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6시 18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헌재를 떠나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주요 질문이었던 백 전 차장과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증인신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음 변론은 오는 13일 오후 10시부터 진행된다. 이날은 조태용 국정원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었지만, 조 청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이날 진행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