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감축 만으론 온난화 속도 못 따라가
한국 기후 기술 수준 주요국 80% 수준
설비투자 개선보다 R&D가 30배 효과적
위기 극복 위한 연구개발 예산 확대 필요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자동차 운행을 전면 차단할 수 없다. 그래서 탄생한 게 ‘전기·수소차’다. 화석연료 에너지가 지구 온난화 주범이 되자 인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높였다. 플라스틱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커피 찌꺼기, 과일 껍질 등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에 눈길을 돌린다.
인류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 이 때문에 기후 위기 해법 역시 결국엔 R&D(연구개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단순히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재 없이는 지구 위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12월 내놓은 ‘경제·산업동향&이슈’에서 ‘배출권 할당대상업체의 최종배출량 결정요인’ 보고서를 보면 기업들이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를 1%p 늘리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0.001%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R&D 비율을 1%p 높이면 온실가스는 0.0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개선보다 30배 효과가 큰 셈이다.
당시 예산정책처는 “기업 온실가스 감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원천기술에 대한 기업의 연구개발(장기적) 투자를 확대하면 최종 배출량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보다 더욱 중요한 게 정부 주도 R&D다. 당장의 손익계산을 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의지할 수는 없다.
현재 정부의 기후 기술 개발 예산 투자와 결과물은 기대에 못 미친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1월 ‘기후변화대응 R&D 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 지원에 비해 대부분의 기후 기술 수준이 주요국의 80% 수준에 불과하고, 산업 등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이 개선되지 못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의 정책 거버넌스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명확한 기준 아래 정부 기후변화대응 R&D 예산 규모를 집계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대응 정책 간 연계성을 높이고 R&D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후기술 종합 기술로드맵 수립 필요성도 언급했다.
올해 기후변화대응 R&D 사업 예산에 관한 평가도 내놓았다. 예산정책처는 “2025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2023년 예산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분야별 예산이 온실가스감축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어 기후변화적응 분야 예산 비중 확대 필요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2019년 이후 정부 에너지생산 기술별 R&D 투자액은 비재생에너지 기술군에 비해 재생에너지 기술군이 감소하는 점도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향후 온실가스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계해 효과적인 중장기 R&D 투자 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기후변화대응 R&D 사업 온실가스 감축량 또는 감축 잠재량 산정에 노력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대응 R&D 사업의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도를 충실하게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산정책처는 “기후변화대응 R&D 사업 연구 성과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해결에 기여하고, 기후테크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유망 기술에 대한 효과적인 사업화 지원과 성장 가능성 높은 기후기업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온실가스 감축, 희생이 전부 아냐 이익도 알려야” [NDC 가는길⑥]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