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이용해 먹고 논공행상한 걸 후회한다니...“위선”
그가 자폭하지 않고 잘했으면 진짜 후회했을 것
尹, 검찰 개혁 동의 후 반란은 대권 욕심 생기면서
검사 정권 실패-김정숙 무혐의...검찰 개혁 필요성 증명
문재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현 대통령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앉혀 대권 도전에 성공케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한겨레와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다음 대통령의 실패에 직면해 그의 당선에 결과적으로 기여한 역할을 두고 ‘송구’란 표현을 쓴 건 좀 민망하다. 그의 말대로 수준이 낮다. 이럴 땐 침묵이 차라리 격에 맞는 자세가 아닐까?
그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도 직접적으로 했다. 기회주의다. 그리고 위선이다. 대통령이 동네 아저씨 아줌마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 ‘수준 낮은’ 말을 굳이 그렇게 한 건 진영 팬들을 의식한 것 아닌가?
문재인의 尹 선택 후회가 진심이라면, 더 후회했을 일이 따로 있다. 윤석열이 계엄으로 자폭하지 않고 정말 잘해 버렸다면, 그는 배가 몹시 불편했을 것이다. 尹이 이렇게 됐기에 그나마 마음 편히 후회도 하는 여유를 부리게 되었다.
문재인은 이런 말 할 자격이 우선 없다. 윤석열을 적폐 청산의 도구로 맘껏 써먹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전직 대통령 두 사람과 전임 대법원장, 현직 거대 기업 총수, 강제 퇴역 장군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치욕적인 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갔다.
윤석열은 이 인민재판을 지휘하며 문재인 정권 탄생과 유지에 공헌한 인물이다. 문재인은 없는 죄도 어떻게든 엮어낸다는 특수통 검사 윤석열을 홍위병 대장으로 삼았다. 고검장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 직으로 격하하면서까지 그를 승진시킨 자가 문재인이었다.
그래 놓고 그가 검찰총장-대통령에 오른 책임을 느끼며 후회한다고? 그를 앞세워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진 악폐부터 사과해야 한다. 명예가 실추되고 목숨을 잃고 수년 동안 감방에서 억울한 유폐 생활을 한 이들에게도 무릎을 꿇어야 한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이 되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문재인이 조국을 법무부 장관 시키려고 하니 이를 반대하며 그의 입시 부정 비리를 수사하다 보수와 중도 우파 여론이 그의 편으로 끓어오르면서 대통령 욕심을 내게 된 것이다.
문재인은 당시 윤석열 반대론 중에 가장 우려된 두 가지를 들었다. 욱하는 성질과 윤석열 사단이다. 하지만 4명 후보자 가운데 검찰 개혁에 동의한 유일한 사람이라 조국과 함께 그를 찍었다는 것이다.
尹의 욱하는 기질은 그의 인생을 성공시켰다가(대권) 급전직하시킨(계엄) 성격적 특성이다. 그는 윗사람을 들이받고 기존 질서-관습을 혁신코자 하며 자만심과 야심이 강한, 사주명리학 상 상관(傷官) 격의 인물이다. 문재인은 이 위험성을 간과하고 그를 논공행상한 것이다.
검찰 개혁은 핑계다. 그 개혁은 검찰총장이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대통령이 하고 국회가 한다. 검찰총장은 검사들의 반발을 미연에 최소화할 수 있는 자리 정도다. 그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문재인 마음에 쏙 드는 답변을 했다.
“금태섭 -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 분야에서 조세, 마약 등을 점차적으로 떼어내 수사청 설립 등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킨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석열 - 아주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랬던 그가 2021년 3월 초, 총장 사퇴 하루 전 대구에 가서는 검찰 개혁 반대 투사가 됐다. 법무부 장관 추미애-박범계와의 싸움이 그렇게 만들었다.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는 이때 이미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대구 고검에 몰려든 지지자들의 팻말에 ‘윤석열 대통령’이란 문구도 보였다. 문재인은 그때까지 우물쭈물하면서 누구 편도 못 들고 방관하다 대선까지 갔고, 결국 尹에 정권을 넘겨주었다.
문재인의 후회는 검찰이 김정숙의 혈세 4억여원 사용 타지마할 전용기 나 홀로 관광 외교 등 3개 고소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지 3일 만에 나왔다. 청와대 특활비로 산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산 옷값 사치도 검찰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했으나 그걸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김정숙은 이제 완전한 자유인이 됐다.
이 수사는 검사 정권 실패와 함께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증명해 주고 있다. 문재인과 조국이 그토록 열망한 검찰 개혁 여론의 부활이다. 정치 검사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그들이 권력 교체 냄새를 맡고 기민하게 몸을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후회는 총장을 잘못 임명한 게 아니고 검찰을 정치 보복 수사에 이용, 오늘날의 사태를 야기해 놓은 데 대한 것이 되어야 한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