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도 영향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 내 투자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 중이며 관련 지출 일부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 소식통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 및 과학법 산업 보조금 조항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확정한 반도체법을 재검토하고 일부 거래를 재협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 3위 반도체 제조용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인 글로벌웨이퍼스는 로이터에 "반도체법 프로그램 당국은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및 정책들과 일치하지 않는 특정 조건들이 현재 재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글로벌웨이퍼스는 미 텍사스주와 미주리주에 40억 달러를 투자해 웨이퍼 제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미 정부는 이 업체에 최고 4억 6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변경될 수 있는 범위와 기존 합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백악관과 미 상무부는 확인 요청에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관세를 부과하면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글로벌 반도체업체가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달 29일 미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해외기업들이) 미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며 보조금 지급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업체에 390억 달러의 보조금, 132억 달러의 연구개발(R&D) 지원금 등 5년간 모두 527억 달러(약 76조원)를 지원하는 것으로 조 바이든 직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법 보조금이 뒤집힐 가능성을 우려해 임기 막바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미 투자기업들과 보조금 지급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글로벌 생산 전략까지 조정해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2026년까지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와 47억 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최종 계약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2028년까지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용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달 미 상부부와 최대 4억 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5억 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