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선고 전 하야...꼼수만 아니라면 이 결정이 최선
법적 논란 있지만, 정치적 선언만으로도 효과 충분
승산 없는 몸부림 포기하고 보수 정권 재창출 도와야
동정심 기대보다 오직 혼란과 국민 분열 막겠다는 자세로
윤석열에게 기회는 한 번 더 남아 있다.
그는 당위성도 부족하고 준비도 안 된 비상계엄을 30년 넘은 민주화 역사의 경제 선진국에서 선포, 무력(武力)으로 야당을 무력화(無力化)하려다 나라와 자신을 큰 위기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 망신과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기 퇴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말 뒤집기와 무책임, 아집, 망상, 오판으로 다 잃어버렸다.
이제 마지막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하야(下野), 스스로 대통령 자리를 버리는 것이다. 보수 원로 논객 조갑제(79)가 예측(중대 결심) 겸 권유한 이 선택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란이 있다.
법으로 안 된다면, 정치적 선언을 하면 된다. 지금의 혼란과 충돌, 탄핵 선고 후의 극심한 사회 불안을 극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나라를 위해 그는 숙고하고 결단해야만 한다.
동대구역 광장에 5만명 이상이 모이고 광주 금남로에 1만여명이 운집해 탄핵 반대를 외치는데, 왜 하야냐고? 그러니까 더 해야 한다. 강성 보수우파들은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될 것”이라고 한, 호남 출신(정읍)의 보수 정부(이명박) 법제처장 역임자 이석연(70)은 그 근거로 탄핵 사유의 명백성과 중대성 두 가지를 들었다.
박근혜 탄핵은 윤석열 탄핵에 비하면 마녀사냥이었다. 사유가 명명백백한 尹 탄핵이 5 대 3으로 기각된다면 국정 농단, 뇌물 수수 등 사유에 억지가 많았던 朴은 8 대 0으로 기각됐어야 마땅하다.
검찰 출신 전 국민의힘 의원 김웅은 기각 가능성을 제로로 봤다.
중도 우파 인사들의 파면 확신은 홍장원 논란, 내란 논쟁 같은 것들이 비본질적이어서다. 윤석열, 김용현 등 아니면 홍장원과 군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TV 중계를 조금만 봐도 합리적 국민들은 다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탄핵 사유들이 흔들릴 수도 없다.
그 사유는 헌법상의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헌법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조치 실행이다. 즉 전시 또는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것과 국회 내 군 병력 투입이다.
설령 5분 국무회의가 유효하고, 한동훈 등 체포와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尹이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 두 가지는 빼도 박도 못하는 탄핵 사유다. “경고성 계엄이었다”라거나 “질서를 유지하러 군대를 투입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왜 야단이냐?”라는 주장은 그 사유를 무효로 하지 못한다.
헌재는 그래서 일찌감치 결론을 내고 변론을 2월 중에 끝내는 시간표를 확정했다. 3월에 파면 선고하겠다는 뜻 아닌가?
윤석열은 이 현실에 직면해야만 한다. 지엽적인 것들로 말싸움하고 억지 부리며 실낱같은 기각 가능성에 기대서는 비참하고 비루하고 치욕적인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법이 문제다. 국회법 134조 2항(소추의결서의 송달과 효과) 규정이다.
‘(탄핵) 소추의결서가 송달됐을 때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
대통령 임명권자는 국민이므로 사실상 없다. 그래서 이석연은 “대통령이 탄핵 심판 과정에서 사퇴하겠다고 할 경우, 막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라고 하고, 저명한 헌법학자 이인호도 “대통령은 국회법보다는 헌법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관련 규정 자체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혼란과 국민 분열을 막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책임지겠다”라고 선언하는 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논리적으로 그렇지 않나?
야당은 “꿈도 꾸지 말라”(김민석)고 선수를 친다. 기어코 파면시키고 싶은 것이다. 석방이나 연금 혜택, 다음 정권(보수 재창출 시)에서의 사면 등을 위한 꼼수 부리지 말라고 하면서다.
좋다. 그럼 꼼수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면 된다.
“나에 대한 구속과 재판은 계속하라. 그러나 탄핵 심판 절차는 지금부터 중지해서 나라를 구해 달라.”
이 결단은 여당의 조기 대선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 그들은 지금 탄핵이 인용될 걸 알면서도 눈치를 보며 공개적으로 준비를 못 하고 있다. 윤석열은 여당이 보수 정권 재창출을 하도록 자기 몸을 던져 마지막으로 기여해야 한다.
다 죽은 윤석열이 이 절호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아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