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줄이고 제조업 부흥" 과제 푸는 트럼프
FTA론 어려우니… 환율, 보조금, 부가세 더해 관세 매기겠다
스스로 전세계 고립시키는 자충수… 역효과 대응책 있나
'관세'. 최근 매일 전세계를 흔들어놓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들을 들여다보면 모든 내용에 빠짐없이 들어있는 단어다. 취임 전부터 줄곧 선언해왔던 보편관세, 지난주 산업계를 흔들어놨던 상호관세까지. 철강 관세, 자동차 관세, 관세 관련 뉴스가 끝도 없이 쏟아진다.
관세를 못 걷어 혈안이 된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동등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관세를 매기는 국가가 있으면 동등한 세율을 적용해 관세를 걷고,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돼있다 하더라도 무역적자에 영향을 주는 '비관세 장벽'까지 모두 계산해 되갚아주겠다는 논리다.
그가 오는 4월 1일까지 각국에 발표하겠다고 한 '상호관세'에는 단순히 관세를 넘어 환율, 규제, 보조금 등을 모두 포함하는 '비관세 장벽'들이 포함된다. 환율로 이득을 보는 국가, 정부의 규제로 미국에 손실을 입히는 국가, 결국 미국이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게 하는 모든 요소의 책임을 각국에 물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비관세 장벽에 부가세를 포함시키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우리는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 시스템을 사용하는 나라들을 대미 관세 부과국과 비슷하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주별로 세율이 다른 미국과 달리 한국은 모든 제품에 같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나라별로 세금체계가 모두 다른데도 손해를 보고 있으니 관세를 부가세와 동일시하겠다는 논리다. 비관세 장벽에 속하는 모든 요인이 마찬가지다. 미국 업체에 전기차 보조금이 불리하게 책정되니 손해보는 만큼 한국 정부에 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갖추고 있는 정책 기준과 각국의 사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조금도 없다. 미국의 기준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상한 정책'으로 치부되는 것이고, '미국 기업들이 각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각국이 미국 업체를 배척하고 있는 것이 된다.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사탕을 배급받는데, 친구의 사탕이 더 커보이니 내 사탕을 더 크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친구의 사탕을 작게 부셔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꼴이다. 반에서 몸집이 가장 크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종국에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어르고 달래 미국에 한해서만 부가세를 낮춰주고, 미국 자동차를 위해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완화하는 노력을 '하는 척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를 찾아 설득하고 호소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그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를 감당하는 국내 기업들을 보고 있으면 결국 그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들어주는 척을 하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던, 아름다운 '동등한 운동장'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미국 기업들의 선봉장에 서서 총대를 메고 전세계를 상대로 독재를 휘두르는 현 기조가 이어진다면, 전세계 모든 국가가 벌벌 떨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휘한 대로 움직여줄까.
각국의 사정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초거대시장을 빌미로 독재를 휘두르는 트럼프의 미국은 예상대로 곱게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 기대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면 미국 내 고용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고, 관세가 올라 높아진 소비자 가격은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
미국을 최대 시장으로 뒀던 기업들도 변수가 큰 미국 시장에서 벗어나려 노력할 것이고,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투자를 늘리게 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향후 미국을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도끼로 제 발을 찍는다면, 그 파장은 그토록 '잘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국민 전체에 돌아갈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