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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국산 우유, 시장 개방 대비책 세워야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5.02.18 07:01 수정 2025.02.18 07:0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공급과잉에도 매년 가격 치솟아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 관세 철폐

내년부터 수입산 공습 더욱 거세질 듯

원유가격 결정 방식 개선 등 필요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폴란드산 수입 멸균우유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공급과잉이면 당연히 가격이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한국에서는 매년 우윳값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국산 우유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예정이다. 저가의 수입 유제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유업체들이 이에 대응할 시간은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다. 관련 기업들은 흰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의 가격 경쟁은 사실상 포기하고 고급화 전략을 서두르는 분위기지만, 시장이 도태되고 있는 명확한 원인을 파악해 해소하지 않으면 이 시장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업계 따르면 통상 6월께 원유 가격 인상률이 결정해 10~11월께 이를 반영, 제품 가격을 인상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원윳값을 올리지 않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우윳값에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당분간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도 우유값 동결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흰우유의 원자재인 원윳값 자체가 비싸기 때문이다. 소가 먹는 사룟값이 가장 문제다. 낙농가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값을 올리는 ‘생산비 연동 방식’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우유업체에 일정 수량을 떠안기는 ‘쿼터제’가 적용되다 보니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원유 가격은 오르기만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게 하고 결국에는 낙농가도 시장도 파괴하는 ‘공멸의 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시장 수급을 무시한 가격 결정 체계는 국내 유업계의 경쟁력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산 우유 대신 저렴한 수입 우유를 찾으면서 국산 우유 자급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맛이나 품질엔 차이가 없는 멸균우유 수입도 갈수록 느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 2022년 생산비 연동제를 보완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차등가격제를 통해 가공용 우유 등에는 낮은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전체적인 원유 생산비 부담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유럽산 유제품에 붙는 관세마저 사라지면 값싼 외국산 우유가 국내 시장을 점령할 수 있다. 내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호주, 뉴질랜드의 무관세 적용 시기도 각각 2033년, 2034년으로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원유가격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2013년 도입 후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선심 쓰듯 원유 가격을 동결한 작년 사례에서도 파행 운영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유 회사는 경영 악화를, 소비자들은 비싼 우유를, 낙농가에는 경쟁력 약화만 초래할 뿐이다.


국내 낙농업이 살아남으려면 비싼 원유를 과잉 생산해 유업체에 강제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왜곡된 가격 구조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영세한 낙농가를 대형화하고 사료 가격 폭등에 따라 휘청거리는 낙농업의 체질 개선도 뒷받침 돼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수입사료에 대한 저율관세할당 물량 확대 등 노력도 필요하겠다. 원유가격이 오르는 원인을 제거해 장기적으로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 국산 흰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살아야, 유업체들의 제품 프리미엄화 노력도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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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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