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첫 심문 21일 진행
SMC 주식회사 여부, 의결권 제한의 정당성 결정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공정위와 법원의 판단 영향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이 제기한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다. 법원이 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지배구조 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1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을 연다. 법원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적법한지 검토한 뒤, 3월 주총 전까지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2일 임시 주총 전날 기습적으로 영풍 지분 10.3%를 호주에 설립한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로 넘겨 역외 순환 출자고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고, 그 결과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 시도는 무산됐다. 당초 이번 임시 주총 결과는 고려아연 지분율에서 우세했던 영풍·MBK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반전된 결과가 나왔다.
이에 영풍은 지난달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SMC 주식회사인가, 유한회사인가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은 고려아연의 완전 자회사인 SMC가 주식회사로 인정될지 여부다. 법원이 SMC를 주식회사로 인정하면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 조치는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SMC가 유한회사로 간주될 경우에는 영풍·MBK 측이 가처분을 통해 주총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영풍·MBK는 SMC는 외국기업이며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MBK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규정은 외국회사이자 유한회사인 SMC 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며 “오로지 최윤범의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이뤄진 갑작스러운 SMC의 영풍 주식 취득으로 인해,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을 잠탈하는 탈법적 행위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SMC가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여서 문제 없단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SMC를 ‘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로 명시했다. 일반적으로 ‘Pty Ltd(Proprietary limited)’는 유한회사로 보지만 고려아연은 해석상의 문제일뿐 호주법상 주식회사로 이와 같이 표기한다고 설명했다.
SMC도 지난달 “상법 제6장의 외국회사 규정은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회사의 국내 활동을 규제·감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국내 주식회사인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상호주 규제’에 있어서 해외에 있는 회사가 포함되는지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MBK·영풍, 공정거래법 위반 주장… 공정위 판단도 변수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SMC를 동원해 경영권을 방어한 것이 배임에 해당하며, SMC의 영풍 지분 취득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 SMC의 전·현직 이사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7일 이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이 공정위의 최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국외 계열사가 낀 순환출자구조의 합법 여부에 대해 문의하자 “명확하게 합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규제 대상은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영풍의 의결권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상법상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법무부 소관임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분쟁은 법원과 공정위, 법무부의 판단이 맞물리면서 최종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3월 정기 주총에서 영풍·MBK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반면, 법원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면 영풍·MBK의 반격 카드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공정위가 SMC의 지분 취득을 순환출자 금지 위반으로 판단할 경우, 고려아연의 방어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앞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