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이 나은 중국, 즐기고 있다"
로보락 "삼성·LG와의 비교 영광스럽다"
"꾸준히 발전하는 원동력 근간엔 즐겨야"
저비용으로 탄생해 오픈AI의 챗GPT를 위협했던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 돌풍이 최근 산업 곳곳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낮은 가격과 높은 제품 질을 통해 반도체·가전·스마트폰·전기차 등 각종 분야에서 기존 강자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딥시크 쇼크'는 최근 중국 업체들의 '가성비'라는,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는 무서운 전략을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국내 기업이 생존하는 열쇠는 오로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프리미엄급 제품을 내놓고,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그런데 중국의 가성비를 물리치고 '역시 싼게 비지떡' 옛 속담을 증명해 내야만 하는 한국 기업들을 더욱 두려움에 빠뜨린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중국 업체들의 "괜찮아" 마인드다. 아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1등 자리를 꿰차진 못했지만, 그 가능성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 로보락이 2025년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본사 관계자의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교 대상이 됐다는 점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는 발언이다. 삼성-LG 관련 질문을 받은 것 자체가 지난 수 년간 로보락이 잘해왔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부품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분위기를 두고 "중국은 어제보다 오늘이 나으면 즐거워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목표를 잡아놓고 미달하면 실패했다고 보는 측면이 강한데 이런 산업계 문화의 차이를 봤을 때 중국은 꾸준히 발전해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품·완제품 등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져왔던 중국 업체들이 나날이 자사의 발전을 즐기고 있다는 의미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 나는 놈은 노는 놈(즐기는 놈)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된 기술과 기업간-소비자간의 신뢰를 살 수 있는 '보안' 문제도 중요하지만 '한번 놀아보자'는 적극적이고 '공세적 방어' 분위기가 한국 산업 전반에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