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작당모의 극장, 독립예술을 위해 열린 무대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5.02.21 14:19 수정 2025.02.21 14:1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작은영화관 탐방기⑱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관악구 유일 독립영화상영관

작당모의. 극장 이름부터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범상치 않다. 이곳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며 영화 연극 관련 서적들을 판매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출입문에 걸린 영화 포스터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작당모의를 찾은 날은 영화 '문워크', '타인의 삶', '멜랑꼴리아'가 상영하는 날이었다.


공간이 독특한 만큼, 상영 방식도 차별화되어 있다. 작당모의 극장에서는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의 음료를 마시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일반적인 극장보다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기되, 대화는 최소화하는 기본적인 관람 예절은 유지하는 방식이다.


작당모의 극장의 신성일 대표는 원래 영화 현장에서 활동하던 프리랜서였다.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을 고민하던 중, 직접 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당초 대학로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쳤다. 그러다 신혼집 근처인 이 공간을 발견, 이곳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픈을 결정했다.


"자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제가 좋아하는 일로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영화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운영하면서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아내도 지지해 줬고요. 아내는 근처에서 주책필름이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연극, 영화 관련 서적을 팔고 있어요. 또 관악구에 독립상영관이 없는 것도 오픈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관악구가 청년 인구도 많고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예술인 활동 인구도 많아요.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는 극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당모의 극장의 이름은 2016년, 그가 공연 창작 단체에서 처음 사용한 이름이다. 당시 대학로에서 공연을 기획하며 배우들과 고민하던 끝에 만들어진 단어였다.


"어떤 프로젝트든, 크든 작든 사람들이 모여 '작당모의'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창작의 시작점이 되는 순간잖아요. 찾아보니 작당모의라는 이름들을 많이 활용하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그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사용하게 됐습니다."


작당모의에서 주로 상영하는 작품은 독립예술 영화다. 상업 극장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그러나 충분히 가치 있고 깊이 있는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한다. 대형 배급망을 타지 못해 주목받지 못한 영화, 특정한 주제나 미학적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 혹은 독립영화 특유의 서정성과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도 이에 해당한다.


"일단 좋은 영화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선정 1순위입니다. 여기에 저희가 함께 보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영화들, 그리고 아직 널리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상영하려 해요.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극장을 운영하면서 이런 영화들을 더 알리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습니다."


공간 활용한 다양한 시도 "관객, 창작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작당모의 극장은 상설 극장이 아니다. 한 해 동안 최대 120일까지만 영화 상영이 가능하다. 비상설이지만 영화 상영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GV(Guest Visit)다. 최대 20명까지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처음 GV를 진행했을 때 사실 굉장히 걱정이 많았어요. 아직 관객이 많은 극장이 아니다 보니 과연 GV를 열어도 사람들이 올까 고민이 컸죠. 그런데 마침 배급사 대표님의 도움으로 황석희 작가님과 함께 GV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결국 만석을 기록했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그 경험을 통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로 조금씩 GV 제안이 들어오고 있고, 저희도 조심스럽게 하나씩 시도해 보고 있어요. 관객이 많으면 그만큼 활발한 대화가 오가는 장점이 있지만, 적게 오면 적게 오는 대로 소소한 영화 모임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져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오히려 작은 규모일수록 각자의 닉네임을 부르며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영화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돼요. 그리고 그런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게스트분들도 꽤 계셨죠. 앞으로도 관객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당모의 극장은 공모전에서 탈락한 작품들을 모아 상영하는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본인도 창작자인 만큼, 많은 창작자들이 부담 없이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공모전에서 탈락한 작품을 상영할 때 감독님들이 힘을 얻고 가시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도 상영 후 감독님과 GV를 진행했어요. 관객들은 물론 창작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관객과의 소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서포터즈 프로그램 모집도 받고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 소개나 프로그램 기획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도 고민하고 있다.


"관객들이 이곳을 더 찾아주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함께 할 수 있는 뭔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요즘은 간소화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신 대표는 작당모의 극장이 관객들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문화예술 공간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그럼에도 작당모의 극장은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고 이어갈 예정이다.


"독립예술이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가볍게 영화를 보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일반적인 극장은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가질 수 있지만, 작당모의 극장은 보다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관객들에게 독립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 이곳에 청년 예술인들이 많은데 여기에 오셔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인식되길 바라요. 그런 분들로 인해 이 공간 자체에 활력이 생길 테니까요. 저희는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뭔가 계획이 있는 창작자분들은 언제나 문을 두드리고 제안도 편하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