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에도 25% 관세 부과” 예고
무관세로 의약품 수출하던 韓 영향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대책 마련에 고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나섰다. 구체적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약가 인하 정책 수혜를 기대하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예상치 못한 ‘불호령’에 분주한 모습이다.
2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의약품 관세는) 25%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연설에서도 반도체, 철강 등 주요 품목과 함께 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은 1760억 달러(약 252조36000억원) 이상의 의약품을 사들였다. 지난해 한국 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15억 달러(약 2조원)로 전체 의약품 수출의 16%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의약품을 수출했다. 만약 계획대로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국내 기업의 부담 가중도 불가피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인한 간접적 수혜를 기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1기 트럼프 정부 때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약가 인하를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가격 경쟁에 따라 오리지널 대비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수요가 늘어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이 수혜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 들어 산업 전반의 관세 장벽을 높이며 상황은 반전됐다.
동시에 의약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은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관세 부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은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선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완제의약품 보다 세금 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 여부 추이에 따라 현지 완제의약품 생산을 더욱 확대하는 전략으로 상황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 또한 공급망 확보를 통한 안정화를 위해 미국 내 생산 전략을 수년 전부터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이미 검토했다”며 “미국 내 생산을 위한 준비를 완료해 필요시 FDA 허가를 받은 시설에서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내 약 6개월 분량의 물량을 사전 확보하고 있어 관세 변화 대응에 소요되는 기간 동안에는 해당 물량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추가적인 생산 옵션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아직 관세 정책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으나 미국 현지 생산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도 대미 물량이 많은 유한양행, 휴젤 등의 기업도 대응책 마련을 위한 고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