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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감독 "애니라는 형식 넘어 '퇴마록' 자체로 평가 받길" [D:인터뷰]


입력 2025.02.23 11:17 수정 2025.02.23 11:1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 시대를 풍미한 이야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며,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는 한다. 1993년 연재를 시작한 오컬트 판타지 소설 '퇴마록'이 신드롬을 일으켰고 2025년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누적 부수 1000만 부에 달하는 베스트셀러인 동시 'K-오컬트'의 바이블로 자리 잡은 작품인 만큼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원작 팬들의 기대가 컸다. 이에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원작 세계관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기 위해 원작의 흐름을 따라간다.


해동 밀교 교주가 악에 물들고, 호법들이 밀교 후예 준후를 살리기 위해 박 신부의 도움 청해 가톨릭, 밀교, 불교 등 여러 종료와 무술로 단련된 퇴마사들이 사악한 악령에 맞서는 내용으로 김동철 감독은 원작자 이우혁 작가와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그는 원작이 가진 독창적인 매력을 살리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주력했다.


"처음 시작을 원작 소설처럼 '하늘이 불타오르는 날' 에피소드로 하기로 결정한 것도 원작의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세계관 설정부터 시작해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장면을 먼저 보여주는 방향도 논의되었으나, 원작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소설의 흐름을 따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다만, 각색을 통해 소설 전반에서 후반부에 등장하거나 숨겨진 설정을 드라마적으로 녹여내는 것이 부담이 조금 됐어요. 또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고민 컸고요. 원작의 설정과 캐릭터 디자인 자체가 이미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큰 변화 없이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도 반영해야 했거든요."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각 인물의 개성과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박 신부 캐릭터는 원작의 이미지와 실사 영화에서의 설정을 조합해 덩치 있는 모습으로 구현했습니다. 현암은 다혈질적인 성향을 강조해 날렵한 근육질로 표현했고, 준후는 보다 중성적이고 성숙한 느낌을 살려 디자인 했습니다. 극 중 아스타로트, 해동 밀교 교주 두 명의 빌런이 등장하는데 큰 가닥으로 동서양의 악마상을 활용했고요. 서교주 같은 경우는 동양에서 볼 수 있는 아수라 같은 비주얼과 불교, 지옥도 이런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어요. 아스타로트는 원작에서 후반부에 등장하는 강력한 존재인데,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는 박 신부와의 끈질긴 악연을 강조하기 위해 앞부분에 등장시켰습니다. 서양 기독교 및 가톨릭적인 요소를 반영해 '신의 형상을 한 악마'로 보여길 바랐어요. 캐릭터의 손이나 발에 예수의 증표를 넣어 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악마라는 점을 강조했고요. "


'퇴마록'은 개봉 전 세계 3대 장르 영화제로 불리는 제57회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및 제48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 해외 9개국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해외 관객들의 반응 또한 흥미로웠다. 서양 관객들은 아스타로트 같은 서양 악마 캐릭터에 대해서는 익숙하게 받아들였지만, 동양적인 악마 캐릭터에 대해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서양 관객들은 아스타로트의 형상과 기독교적 요소를 쉽게 알아챘지만 반면 동양적인 악마상 서교주는 신기해했죠. 특히 신부라는 서양의 종교적 상징과 동양의 호법, 무협적 요소가 결합된 테마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음악 또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퇴마록'은 국악과 오케스트라를 접목해 동양적인 분위기를 강조했으며 엔딩곡으로는 몬스타엑스의 '비스트모드'를 선택해 강렬함을 안겼다.


"초반 오프닝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직접 기도문을 제작해 삽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어요. 티베트어나 범어(산스크리트어) 등 다양한 종교적 요소를 연구해 이를 반영했죠. 또 몬스타엑스의 '비스트 모드'(Beast Mode)는 추천을 받아 들어봤는데 젊은 감성과 화려한 액션에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죠. 이번 시사회 때 몬스타엑스 셔누, 주헌 씨가 와주셨는데 긴장돼서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눴어요. 나중에 꼭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드리고 싶어요."


'퇴마록'은 시각적인 효과와 액션과 판타지를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했으며 캐릭터의 특징과 감정까지도 세심하게 디자인해 호평을 받았다. 3D 카툰 렌더링 기술(3D Cel Shading)을 구현한 것으로, 3D 카툰 렌더링 기술은 3D 그래픽을 사용하지만 2D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애니메이션의 강점은 비현실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비주얼화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액션을 더욱 화려하게 연출했어요. 각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 스킬 기반의 액션을 강조하려 했고요, 일부 관객들이 '아케인'과 비교하는데, 사실 저희는 2019년부터 3D 애니메이션을 2D적인 룩으로 살리는 방향을 고민해왔습니다. '아케인'이 먼저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 것이지, 의도적으로 유사한 스타일을 추구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글로벌 작품과 같은 선상에서 언급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여겨져요."


'퇴마록'은 이야기의 방대함을 고려해, 기획 초기 시리즈물로 출발했다. 시즌 1에서는 국내 편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이후 점차 확장해나갈 계획이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로 변경됐지만 쿠키 영상이 후속편을 예고하듯, 향후 시리즈도 이어나갈 생각이다.


"후속작은 기획이 이미 진행 중이며, 이번 작품의 반응이 좋으면 빠르게 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후속작에서는 1편에서 남겨둔 큰 떡밥인 승미 캐릭터의 이야기가 중심이 될 예정이고 원작에서의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 에피소드가 주요 내용이 될 것 같고요. 이 과정에서 준우와 현황의 이야기도 더욱 깊이 풀어나가는 방향도 잡고 있습니다."


김동철 감독은 '퇴마록'' 애니메이션이 기존 팬들에게는 원작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입문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도 트렌디한 비주얼과 현대적인 연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앞으로 '퇴마록'이 시리즈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영화냐 애니메이션이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이 작품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장르적인 구분을 넘어 강렬한 서사와 비주얼을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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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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