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하락세 시작됐지만
자영업자 대출 금리는 '역행'
자영업자에게 내주는 대출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자 은행들이 '사장님 대출'의 문턱을 높인 탓이다.
오는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들어서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완화될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신규 취급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82%로, 지난해 7~9월 5.66%보다 0.16%포인트(p)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평균금리가 6.77%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동안 0.53%p 오르면서 증가폭도 가장 컸다. 이어 농협은행이 0.25%p 오르며 5.86%를 기록했고, 국민은행은 0.17%p 증가해 5.75%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5.63%, 하나은행 역시 5.10%로 5%대에 머물렀다.
기준금리가 하락세에 들어섰음에도 자영업자 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이어 기준금리를 0.25%p 내렸다.
이는 은행 가산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금 조달에 필요한 정도를 산정한 조달금리에다 가산금리를 더한 값으로 결정된다. 즉 조달금리를 움직이는 기준금리는 낮아졌지만, 은행이 각각 결정하는 가산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따라 올랐다.
은행권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개인사업자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됐고, 이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 역시 덩달아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고금리와 고물가가 예상보다 길어졌고, 최근 대내외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소비가 얼어붙어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리스크가 큰 만큼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에 대한 가산금리 인하 압박 역시 거세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덜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문가들은 올해 한은이 최종적으로 기준금리를 2.00∼2.50%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 가산금리 인하에 힘을 싣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기준금리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가장 타격을 받는 분들이 자영업자"라며 "상환 능력이 나빠지니 은행 가산금리에 반영되고,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낮아지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