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붙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 등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3.00%인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지만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금통위는 인하 배경으로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올해 성장률이 지난 11월 전망치인 1.9%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1.5%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선택은 내수부진 장기화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가계부채도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수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금통위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확대,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약화됐다"며 "고용은 주요 업종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성장경로에는 주요국 통상정책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국내 정치 상황 변화 및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단 점도 인하에 힘을 실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1월중 2.2%로 높아졌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9%로 안정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번 선택은 내수부진 장기화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가계부채도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수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경제가 미국 관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단 점도 원인이다. 금융위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간 크게 확대되었던 미 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미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일부 되돌려졌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 역시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하락하였고 가계대출 증가규모도 둔화 추세를 이어간 점도 기준금리 인하의 근거였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국내 정치 불확실성, 미국의 관세정책 및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에 영향받으며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다 하락했다. 장기 국고채금리는 국내외 금리인하 기대에 주로 영향받아 하락 후 반등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대내외 경제정책 및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그간의 금리 인하가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