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영향력 강화하는 셀트리온, 국가 입찰 수주가 경쟁력
미용 수요 높아지는 중동은 보툴리눔 톡신 기업 진출 활발
“높은 성장률 보장, 선진국 대비 수월한 시장 진출이 가능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파머징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제약(pharmacy)과 신흥(emerging)의 합성어인 ‘파머징’은 신흥 의약품 시장을 의미한다. 선진국과 비교해 임상 문턱이 낮고 진출이 수월한 파머징 시장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중남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는 코스타리카 국가 입찰에서 낙찰된 이후 6년 연속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및 위암 치료제 ‘허쥬마’도 2021년 이후 코스타리카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인접 국가인 에콰도르에서도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각각 2018년, 2019년 국가 입찰 수주에 성공해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는 ‘램시마’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도미니카공화국과 파나마에서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브라질 정부 입찰 수주를 포함해 총 57만 바이알 이상 공급이 이뤄지며 8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 중남미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간 72조원에 달한다. 국내(31조4513억원)의 2배 이상이다. 브라질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시밀러 의약품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중남미 의약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6.1%에 달한다.
중남미 시장은 대부분 국가 입찰 방식으로 의약품을 공급해 만약 수주에 성공할 경우 70~80%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입찰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공급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미국과 비교했을 때 임상 절차가 간소하고 시장 진입이 보다 수월해 중남미를 활로로 이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2030년 세노바메이트 누적 매출 3조원을 예상하는 SK바이오팜은 미국 외에도 진출국을 아시아, 중남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C녹십자는 2023년 브라질 현지 파트너사인 블라우를 통해 5년간 9048만 달러 규모(약 1222억원)에 달하는 면역글로블린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을 공급하고 있다.
중동으로 향하는 K-보툴리눔 톡신
시밀러 및 신약 부문에서 중남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면 보툴리눔 톡신 분야에서는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를 비롯한 중동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 점차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미용 시술, 의료 수요가 급증하며 전세계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률과 인구 증가율도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윤준수 대웅제약 나보타 사업본부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이라며 “이번 나보타 출시를 시작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서 대웅제약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휴젤도 최근 아랍에미레이트 보건당국으로부터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받고 오는 4월부터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현지 미용 분야 유통과 판매는 중동 지역 파트너사인 메디카그룹이 맡았다.
중동 미용 시장은 글로벌 시장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동 지역 미용 시장 규모는 389억7030만 달러(약 56조7100억원)로 지난 2년 동안 40% 이상 성장했다.
중동 진출은 신시장 확보가 필요한 국내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국내 톡신 업계 관계자는 “활발한 해외 진출을 고려해 톡신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신규 시장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인구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 중동 시장에 초기 진입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