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웃돈 엔비디아 실적 발표…'연관주'인 국내 반도체주는 하락
"반도체주 차익 실현 매물과 기업 배당락일이 증시에 부담"
순조로운 엔비디아 역점 사업, 국내 관련 산업에 '긍정적'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국내 증시 훈풍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매물이 쏟아진 데다 배당락일과 맞물려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34포인트(0.73%) 내린 2621.7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0.56포인트(0.07%) 하락한 770.85에 마감됐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엔비디아 연관주로 자리매김한 SK하아닉스가 3800원(1.87%) 내린 19만92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 거래일보다 300원(0.53%) 하락한 5만6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국내 반도체 관련주가 그간 엔비디아와 연계된 모습을 보여 온 것과 달리, 이날은 결이 다른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양호한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했다"면서도 "반도체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돼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2월 28일로 배당기준일을 변경한 기업들이 배당락일을 맞아 약세를 보인 점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이 39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78% 성장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381억 달러)를 웃도는 결과였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수요가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을 만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국내 증시 '뒷바람'이 되진 못했지만, 엔비디아의 순조로운 역점 사업 추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첫 번째 '블랙웰' 출시 과정에서 몇 달 정도 지연을 겪기는 했다"면서도 "현재는 완전히 회복해 양산 생산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다음 세대 제품 개발 일정 역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웰은 지난해 말부터 생산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으로, 발열 문제가 불거져 출시 일정이 한 분기 밀려난 바 있다. 기술적 이슈가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CEO가 직접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놀라울 정도"라고 밝힘에 따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블랙웰 매출액이 110억 달러라며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생산 증가세"라고 밝혔다.
"국내 메모리 수요, 엔비디아 영향 받아
반도체 업종 상승 탄력 받으면
코스피 박스권서 상승 시도 가능"
증권가에선 엔비디아 '순항'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는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수요·공급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이번 엔비디아 컨퍼런스콜은 국내 HBM 벨류체인에 긍정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iM증권 관계자는 "국내 HBM칩을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에는 호재"라며 "AI 관련 업종의 센티(분위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기금과 기타법인(자사주 매입)의 주요 매수 업종인 반도체 업종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경우, 코스피 지수도 2650 박스권 정체에서 한 번 더 상승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