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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부정채용이 선관위 전통?…감사원, 감사보고서 전격 공개


입력 2025.02.28 00:50 수정 2025.02.28 00:5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7일 '선관위 채용 실태 감사보고서' 공개

자녀 '내정자 리스트'에 넣고 면접 점수 조작

응시요건 미달하자 채용직급 낮춰 맞추기도

감사원 조사받자 "친인척 채용은 전통" 주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선거관리위원회는 가족회사다." "1992년부터 믿을만한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지난해 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간부들의 가족 채용 특혜 논란으로 시작된 감사원 조사 결과, 선관위 내부에 부정채용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선관위 고위직 뿐만 아니라 지역선관위의 국·과장급까지 자녀의 채용을 동료들에게 청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동료직원 자녀의 채용을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경쟁 후보자를 부당 탈락시키는 일도 빈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27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선관위의 A 과장은 의령군청 공무원이던 자녀가 선관위 경력공채에 응시하자 인사 담당자에게 자녀의 지원서를 건넸다. 인사 담당자는 A 과장의 자녀를 '내정자 리스트'에 넣어 또다른 직원에게 전달했다. '내정자 리스트'를 받은 직원은 '내정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엑셀 파일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 이들은 A 과장으로부터 사례로 벌꿀을 받았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충북선관위 고위 간부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경력채용 대상으로 추천된 단양군청 공무원을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떨어뜨렸다. 해당 공무원은 37세로, 경력채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이가 결격사유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선관위의 B 계장은 2021년 경력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직 선관위 직원의 자녀가 응시요건에 미달하자, 경력채용 대상의 직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합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높은 경쟁자를 불합격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부정채용이 만연할 수 있었던 것은 각 지역선관위를 관리·감독해야할 중앙선관위가 제보나 투서를 접수하고서도 방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정채용 관행이 계속되다보니 선관위 직원들이 아예 이것이 불법이거나 문제라는 인식 자체가 없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선관위 인사담당 직원은 2021년 경남선관위 A 과장 자녀 특혜채용 사례에 관한 투서를 접수했지만, 관련자에 대해 아무런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덮었다.


광주광역시 동구선관위 사무국장은 조카 채용 청탁 의혹으로 감사원의 조사를 받게 되자 "선관위는 1992년부터 믿을만한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진행된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0명의 전현직 직원 자녀가 부정채용됐고, 합격권이었던 다른 지원자들이 억울하게 탈락한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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