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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대치맘 코미디에 긁힌 한국사회


입력 2025.03.01 07:07 수정 2025.03.01 08:51        데스크 (desk@dailian.co.kr)

개그우먼 이수지의 'Jamie맘 이소담씨의 별난 하루'의 한 장면. ⓒ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캡처

요즘 뭔가가 거슬려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두고 인터넷에선 ‘긁혔다’라는 표현을 쓴다. 여러 말들 중에서 받아들이는 측이 민감하게 느끼는 지점을 건드린 단어가 있다면, 거기에 긁혀 강한 반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4일에 코미디언 이수지가 올린 유튜브 게시물에 한국사회가 긁힌 것 같다. 코미디 영상을 하나 올렸을 뿐인데 엄청난 반향이 나타났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의 하나가 세태 묘사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과장해서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코미디언들은 현실 속의 여러 특징들을 절묘하게 잡아내 재미있게 묘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이수지는 그런 묘사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코미디언으로 과거부터 여러 인물 군상의 특징을 묘사해왔다. 그랬다고 해서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하진 않았는데 2월 4일 올린 영상은 논란이 되고 말았다. 바로 서울 강남 ‘대치동맘’의 모습을 풍자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영상은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 엄마라는 이름으로, 제이미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라는 제목으로 자녀 교육에 온 정성을 다 하는 부유층 엄마의 하루를 그렸다. 제이미의 엄마인 이소담이라는 캐릭터가 특정 고가 브랜드의 옷 등을 착용하고 자동차로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 준 후 기다리면서 차 안에서 끼니는 때우는 모습이다. 자동차 안에서 자녀를 기다리며 원어민 교사와 통화하고 수행평가 대비 과외 교사를 섭외하는 등 교육 뒷바라지에 만전을 기한다. 그러면서 뭔가 B급스러운 고급취향을 드러내 웃음을 준다.


이게 강남 엄마 또는 대치동 도치맘(고슴도치맘)을 풍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정말 생생하고 리얼하게 묘사했다며 찬사가 쏟아졌고, 영상에서 이수지가 착용한 고가의 브랜드는 조롱 대상이 됐다. 그러자 중고장터에 해당 브랜드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강남 부유층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알려진 브랜드였는데 이젠 입기 힘들 정도로 눈치가 보여 정리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이수지가 유행을 끝낸 연예인이라며 환호했다.


그런데 이게 점점 과열됐다. 강남맘, 대치동맘에 대한 조롱, 혐오로 치닫더니 한가인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한가인이 지난해 10월에 자동차로 자녀들을 등하원시켜주면서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영상을 올렸었다. 그게 뒤늦게 표적이 되면서 누리꾼들이 악플을 썼다는 것이다. 결국 한가인 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한가인은 외롭게 자란 본인의 성장배경 때문에 아이를 외롭게 하고 싶지 않았고, 유산을 여러 차례 한 끝에 얻은 아이라서 더 챙겨주게 됐으며, 그렇다고 억지로 공부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가인이 자기 아이를 알아서 키우면 될 일이지 왜 남들이 그걸 도마 위에 올려서 판단하고 공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강남 특히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각별하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과도한 교육경쟁과 교육비는 망국병이라 불린다. 그 문제 때문에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출생률이 안 오른다고 할 정도다. 그런 망국적 교육과열을 선도하는 지역이 서울 강남이고, 특히 대치동이 사교육 중심지라는 상징성이 있다보니 많은 이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사람들이 선망하는 강남 부유층에 대한 질시도 있을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특정인물 탓이라고 돌리며 손쉽게 분을 해소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 교육은 사회 양극화와 학벌주의 등으로 망가졌는데, 이게 일부 강남맘들 때문인 것처럼 그들을 매도하며 울분을 푸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특정 어머니들을 공격해도 교육 문제와 양극화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사회의 혐오 지수만 올라갈 뿐이다.


물론 일부 부유층이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교육경쟁을 선도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그러면 대중은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되고 그게 결국 우리 사회의 안정성 저하로 이어진다. 또, 교육경쟁과열이라는 망국병을 부채질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반성이 요청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부유층이 많다는 서울 강남과 다른 지역 사이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진다. 이렇게 흘러간다면 강남을 향한 질시가 또 다른 대중문화 콘텐츠들에서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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