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지난달 24일부터 닷새간 인도 방문해
현대차 무뇨스, 지난 4일 현지법인 타운홀미팅 진행
이재용 회장, 작년 7월 현지 임직원에 힘 실어줘
한국 기업들이 '인디아 드림'을 꿈꾸며 인도행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일찍이 인도 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도가 세계 최대 잠재 시장으로 평가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출장길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인도 출장 소식이 늘어나고 있다. 총수 등 경영진이 직접 방문해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영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달 24~27일(현지시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방문했다. 구 회장은 연구개발(R&D)·생산·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과 만났다.
LG그룹은 인도를 핵심 시장으로 낙점, 현지 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인도법인의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조7910억원, 3318억원을 기록했다. 냉장고·세탁기·TV·에어컨 등 대부분의 가전 제품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 있을 만큼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다.
오는 4~5월께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까지 앞두고 있어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상황이다. 인도법인의 상장으로 2조6000억원 가량의 현금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시장 관측이 나오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구 회장 역시 성공적인 IPO를 위해 현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간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도 인도에 방문해 현지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에 위치한 현대차 인도 법인(HMIL) 본사에 방문한 무뇨스 대표는 "인도 법인은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제조 및 지역 수출 허브로 자리 잡았다"며 "현대차의 글로벌 비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만 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인도 시장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에 있어 인도는 미국·한국에 버금가는 중요한 시장 중 한 곳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3년째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79만7463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인도 내 점유율은 스즈키에 이은 2위로 약 20%를 기록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인도를 찾아 현대차 인도 법인(HMIL)의 현지 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발전과 인도-현대차그룹 간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일찍이 인도에 진출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 2위와 1∼3%포인트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이는 저가 제품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일 뿐 오히려 갤럭시 S 시리즈 같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한 브랜드 점유율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는 작년 1분기 인도 TV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하며 시장점유율 1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 뭄바이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치열한 승부 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도 같은 해 3월과 7월 각각 인도를 찾아 "인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삼성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에 첫 진출한 뒤 30여 년간 꾸준히 투자를 거듭해 인도 최대 전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연구개발(R&D)센터, 삼성반도체인도연구소(SSIR), 디자인센터 등도 운영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약 1만800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 총수들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 시장의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인도는 14억 5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시장으로 전체 인구 중 40%가 구매력이 높은 25세 미만 청년층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인도의 경제 규모가 2030년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인도 시장이 '트럼프 관세 리크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대체 시장이라는 점에서도 재계 총수들의 출장길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시대를 만난 지금 새로운 시장 개척은 모든 기업에 큰 숙제가 됐다"면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인도 진출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