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외환보유액 4092억1000달러…4년9개월만에 최저치
'심리적 저항선' 4000억달러 붕괴 우려도…이창용 과거 인터뷰도 주목
전문가 "원화 구조적 약세 대응하며 외화보유액 감소됐을 것"
"탄핵국면 마무리 후 빠른 정치적·경제적 리더쉽 복귀 필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2020년 5월 이후 4년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시한 '4100억 달러' 마지노선이 불과 두달여 만에 무너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092억1000달러로 전월 대비 18억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20년 5월(4073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규모 확대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과 국민연금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렸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한은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해외자산에 투자한 뒤 나중에 갚는 거래다. 달러 매입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을 억제하지만 스와프 거래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이 된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국외 자산 매입에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이 아닌 한은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투자한 뒤 추후에 달러로 되갚는 방식이다. 달러 매입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스와프 거래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이 된다.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이 계속해서 감소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달러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전세계적으로 급변하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의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급등하게 된다면 외환당국은 환율이 치솟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렇듯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 총재의 과거 인터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기자설명회에서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간 정도는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이 총재가 언급한 '선'을 밑돌게 되면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발표대로 외환 스와프를 확대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원화 구조적 약세에 대응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된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흐름만 보면 원화가 글로벌 통화 중 가장 절하됐기 때문이다. 결국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기 위해선 차후 환율 등락 여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외환보유액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국내 정치의 불안전성을 빠르게 종식시켜야 한다"며 "이번 탄핵국면이 마무리돼 가면서 이후에 얼마나 빠르게 정치적·경제적 리더쉽을 복원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외환보유액이 많았는데 줄어든 원인은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이다.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소진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거의 5년 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인 만큼,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 예상 됐을 때 방어만 할 게 아니라 미국과 협약을 통해 환율 변동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한은 역시 외환 원·달러 환율 부분을 관리할 수 있 수 있는 통화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은 본연의 목적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