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석방'에 잠룡들 일제히 "환영" 메시지
탄핵심판 영향에 대권 행보는 속도 조절
'개헌과 이재명 때리기'로 존재감 잰걸음
'반탄파'는 '공수처·헌재 비판' 여론전 강화
국민의힘 대권 잠룡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이후 대권 행보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구속취소 및 석방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비롯한 향후 정국이 예측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결집에 가속이 붙은 지지층의 여론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된 만큼, 당분간 잠룡들의 메시지가 소극적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와 석방을 계기로 이제 대한민국의 사법절차 전체가 정상으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권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역시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 법원의 적법한 판단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7일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자마자 "줄기차게 윤 대통령 구속은 불법 구속이니 구속취소하라는 내 주장을 받아준 법원의 결정에 대해 격하게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홍 시장과 같은 날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취소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법원이 법에 따라 판결한 것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격을 위해서도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구속 재판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관들은 오로지 헌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처럼 여권 대권 잠룡 주자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의 석방 결정에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애초 3월 중순으로 전망됐던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구속취소 후 석방이란 새 국면을 맞으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 안팎에선 대권주자들이 당분간 공개 활동을 최소화하면서도 '이재명 때리기'와 '개헌' 주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현재 여권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어젠다인 두 가지를 중심으로 존재감 확보에 나서는 것이 가장 안정적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대토론회에 참석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지방행정이 지방정부 재량 하에서 이뤄지고,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발전모델을 스스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 개헌의 골자"라며 "지방분권 개헌이 피크코리아 시대의 새로운 발전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거나 다음날인 8일 심우정 검찰총장의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헌법 질서마저 제 입맛대로 쥐락펴락하려는 민주당이야말로 진정 내란세력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지방 행정을 맡으면서 몸소 체험한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개헌에 투영시켜 권력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윤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탄핵과 국정 마비에 대한 책임이 이재명 대표와 이를 뒷받침한 민주당에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공세를 통해 존재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 역시 지난 7일 헌정회에서 정치 원로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에 침묵하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5년 동안 범죄를 피하겠다고 저러는 건데, 그런 마음 자세를 국민들께서 결코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같은 날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선 "(이 대표는) 정권을 잡으면 모든 권한으로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가며 개헌 주장과 이재명 때리기에 나선 바 있다.
반면 윤 대통령 석방으로 인해 결집할 것으로 전망되는 보수 지지층의 여론을 염두에 둔 움직임에 집중하는 대권 잠룡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던 만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와 윤 대통령 구속을 주도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문수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헌정사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며 "공수처의 불법적인 수사에 관련된 증거들을 사용하고 있지 않는지, 대통령의 불법구속 기간 중 오락가락 말을 바꾼 허위 증언자가 있는지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사정기관의 장(長)이란 자들이 특정인의 끄나풀이 돼 대통령을 불법 구속하고 기소한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지르고도 어찌 그자리에 계속 눌러앉아 뭉개고 있느냐"라며 "다시 한번 (오동운)공수처장, (심우정)검찰총장, (박세현)서울고검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법원이 공수처의 불법을 바로잡은 것처럼, 이젠 헌재가 민주당의 위헌적 탄핵을 바로잡을 시간"이라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헌재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제는 대선이 있을지조차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잠룡들의 머릿속도 매우 복잡할 것"이라며 "이재명이나 공수처, 헌재를 때리는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황이 급변하면서 모든 대권주자들이 운신의 폭이 좁아진 만큼 본인들의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오류가 생겼다고 인정된 절차적 정상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꺼내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만들게 한 공수처나 야권에 대한 공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