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 여자친구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남성이 자신의 사형 방법으로 '총살형'을 스스로 선택해 집행됐다. 미국에서 총살형이 집행된 것은 15년 만이다.
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5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 있는 브로드리버 교도소에서 사형수 브래드 키스 시그먼(67)에 대한 총살형이 이뤄졌다.
시그먼은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 의자에 묶여 앉아있는 자세에서 교도관 3명이 동시에 쏜 총에 맞고 사망했다.
그는 형 집행 전 변호사를 통해 "제 마지막 성명이 사형제를 종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동료 기독교인들에 대한 요청이자 사랑의 증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그먼은 2001년 사우스캐롤라이나 테일러스에서 전 여자친구 부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전 여자친구를 납치하려고 했지만 전 여자친구가 차에서 도망치면서 미수에 그쳤다. 시그먼은 당시 도망치는 여자친구를 향해 총을 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내가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다른 누구도 그녀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자백했다는 것.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전기의자, 독극물 주사, 총살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시그먼은 이중 총살형을 선택했다.
시그먼은 최근 약물 주사를 선택한 동료 수감자들이 즉사하지 않고 약 20분간 살아있었던 것을 우려해 약물 주사를 거부했다고. 그는 주 정부에 주사 약물에 대한 정보와 검사 결과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결국 가장 덜 고통스러울 것으로 보이는 총살형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그먼의 변호사 제럴드 보 킹은 총살형 집행 직후 "시그먼의 죽음은 끔찍하고 폭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시그먼은 총살형 집행 3분 만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미국에서 총살형이 집행된 것은 2010년 이후 15년 만으로, 시그몬 이전 세 차례뿐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사상 처음이다.
미국에서 총살형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주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아이다호가 있다. 다만 실제로 총살형이 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날 형 집행을 앞두고 교도소 밖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더 이상 살인을 하지 말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