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상자산 행사서 "美, 비트코인 강국 만들 것" 천명
신규 매입 않겠다는 소식에 시장 하락
비축안 자체도 의미 있다지만...일각 "안전자산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 전략 비축안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가상자산 시장 반응은 차갑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매입을 기대했지만, 실제 행정명령에서는 이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서다.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가격 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0일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3.85% 하락한 8만2677 달러(업비트 기준 1억2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9만 달러대에서 횡보하던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이후 하락세를 보여 8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 룸에서 열린 가상자산 서밋 행사에서 "미국을 세계 최고의 비트코인 강국이자 가상자산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역사적인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포부와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정부가 전략적 비축을 위해 세금을 사용해 가상자산을 얼마나 매입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엑스알피(XRP), 솔라나, 카르다노를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포함하겠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서밋 행사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비트코인 전략 비축 행정명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표 내용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번 행정명령은 범죄·민사 사건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에 한해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아크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는 약 170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19만 80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즉, 추가적인 가상자산 매입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비트코인을 시장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복수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비축안이 시장 기대와 달리 물량 매입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시장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 애널리스트들도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 비축안은 정부가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 사건에서 압수한 물량을 보유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트코인은 상승세보다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횡보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시장의 하락세와 달리 비트코인 비축안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프레임워크벤처스 공동 설립자 마이클 앤더슨은 "미국 정부가 20만개의 비트코인과 기타 자산을 비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은 다른 모든 국가가 자체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비축을 검토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기술 회사 Jan3의 샘슨 모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유량을 확보하길 원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은 높다"며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채택하는 법안 자체가 중요한데, 비트코인의 하나의 자산군으로 합법화되며 기관 투자의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비트코인의 기존 안전자산 인식이 희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코베이시 레터는 "비트코인은 미국 정부 언급과 달리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금 가격은 10% 상승한 반면 비트코인은 현재 거시경제 환경에서는 위험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에 따라 비트코인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