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으로 4년 10개월만에 재지정
이천·인천 서구·광주 등도 미분양 ‘급증’
세제 혜택 필요…컨트롤타워 부재 우려
미분양 문제가 지방을 넘어 수도권까지 확대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에 중점을 둔 건설 경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경기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확산세가 거세다. 결국 매수 심리를 살아나게 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는 이 날부터 내달 9일까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지난 2020년 6월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제외된 지 4년 10개월 만의 재지정이다. 앞서 경기 이천시와 강원 속초시, 전남 광양시, 경북 경주시도 미분양 관리지역에 선정됐다.
평택이 미분양 지역이 된 원인으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 건설이 지연이 꼽히고 있다.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신규 분양 단지가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평택에서는 지난해 1월 361가구에 그친 미분양 규모가 올해 1월 6438가구로 17배 이상 늘었다. 경기 지역 전체 미분양(1만5135가구)의 42.5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평택 브레인시티 일반산단 인근 아파트 1·2순위 청약 결과, 864가구 모집에 94가구 신청 받는데 그쳤다. 인접한 다른 단지 역시 1933가구에 대한 1·2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신청자는 312명에 불과했다.
이천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미분양 관리 지역에 올랐다. 지난 1월 이천의 미분양 규모는 1873가구로 경기도 내에서 평택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수도권 내 다른 지역도 미분양이 새로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의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평택 다음으로 미분양이 많은 곳은 이천시(1873가구), 인천 서구(1424가구), 광주시(899가구), 양주시(730가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미분양은 3261가구에 달했는데 지난 2013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52%를 차지했다.
주택 미분양은 자산 가치 하락은 물론 소비 심리 및 투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과 경기 침체로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수도권에서 미분양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 매입, 지방 디딤돌 대출 금리를 인하 등을 골자로 한 2.19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 중심의 정책이고 그나마도 양도세 세제 감면과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빠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우선 지방 분양에 대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고 이미 공급이 된 곳은 기반이나 인프라 등이 어느 정도 충족 돼야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과 지방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더라도 지역별 공급 물량 대비 미분양률을 살펴보는 등의 방식으로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 50% 감면과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혜택 등을 준 적이 있는데 지금도 세제 혜택 등을 통해서 미분양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외경제부터 수출 내수까지 침체인 데다가 정국도 불안한 상태인 만큼 파격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며 “과거의 대책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늘어만 가는 미분양의 물꼬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 부처마다 다른 입장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국토교통부는 미분양을 소진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세수 부족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염려해 DSR 규제 완화에는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정부 부처간 엇박이 나며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라며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