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국회 벗어나 '광화문 장외여론전'
김준혁·민형배·박수현 등 단식 농성
11일 오후 6시 경복궁역 인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천막에서 죄수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탈을 쓴 행인이 거리에 등장하자 곳곳에서 분노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한 대 때리고 싶다"며 주변을 서성였고 주변 곳곳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하라" "심우정은 사퇴하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기 위해 거점을 국회에서 광화문으로 옮긴 11일, 데일리안은 경복궁역 인근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민주당이 광장 농성을 벌이는 건 2013년 이후 12년만으로, 당시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서울광장에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장외투쟁을 벌였다.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인 김준혁·민형배·박수현·김선민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단호한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11일 오후 2시경 찾은 단식농성장은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의원들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시민사회·정치권 관계자 등으로 북적였다.
인근에선 민노총이 집회를 열어 이탈리아의 저항 운동과 노동자 운동에서 불려온 '벨라차오(Bella Ciao)'를 부르고 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시 파면 촉구' 피켓을 보고 "윤석열"이라고 속삭였다.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신기한 듯 사진을 촬영했다.
사흘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천막도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다. 사람들은 김 전 도지사의 얼굴을 보고 "그 김경수"라며 사진을 촬영했고 "애쓴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민주당과 혁신당 의원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발표문을 읽거나 사람들을 맞이했다. 특정 성향 유튜버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촬영을 하고 있었고, 탄핵 배지 배부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부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화문 앞 응원봉 물결 이어져
의원들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
野 170명 전원 '여의도→광화문' 행진
오후 7시, 날이 어두워지자 모여든 사람들은 각자 응원봉을 꺼내들더니 조명을 켰다.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찬 광화문 앞 공터에 빨간색·노란색·파란색 등 형형색색 불빛이 이어졌다. 군중들은 "윤석열을 구속하라"를 외치며 함성을 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특정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최하는 것으로 돼있는 '내란수괴 윤석열 석방 긴급 규탄대회'에서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외침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은 석방된 것이 아니다. 검찰에 의해서 범인을 도피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은 개선장군이나 된 것처럼 주먹을 물고 뛰고 행동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군중들을 향해 "걱정하지 말자. 헌법재판소에서는 8대 0으로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결정할 것"이라며 "12·3 내란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추락했다"고 외쳤다.
발언에 나서지 않은 의원들은 거리에서 직접 사람들과 만났다. 거리를 돌아다니던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탄핵 좀 확실하게 시켜달라"는 사람에게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던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문답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와 윤석열에 대한 석방 지휘가 이뤄져 내란 우두머리가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있을 수 없는 검찰의 만행에 맞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170명 의원 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에 나선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 여부 선고기일이 임박함에 따라 막판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