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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 홈플러스 사태로 재조명…국회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입력 2025.03.13 07:09 수정 2025.03.13 10:2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홈플러스,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 신청

대형마트 둘러싼 규제 ‘원인’…업계 우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뉴시스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지면서 대형마트를 둘러싼 ‘족쇄 규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쿠팡 등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채널인 편의점에까지 치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실적 악화, 신용평가등급 하락 등을 이유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다. 업계서는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 오래된 규제에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MBK파트너스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자, 경쟁사들의 긴장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10년 넘게 이어진 대형마트를 향한 불합리한 규제가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분석하면서다. 관계자들은 이번 위기가 홈플러스에 국한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를 둘러싼 영업 환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는 영업시간 제한이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지자체 및 주변 상인들과 합의 지연 등의 이유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또 자정 이후에는 영업이 금지돼 이 시간대에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할 수도 없다.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 내에는 출점도 할 수 없다.


이는 지난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10년 넘게 대형마트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홈플러스의 경우 의무 휴업으로 인한 매출 감소분이 연간 1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는 2021년 유통업 매출 비중 2위 자리를 편의점에 내준 뒤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간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1.4%)·편의점(1.4%)·준대규모점포(4.6%)의 매출이 모두 소폭 증가한 가운데 대형마트만 매출이 0.8% 줄었다.


최근 수년간 유통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몰로 넘어가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1인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소비패턴까지 바뀌면서 매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도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관계자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2020년 17.9%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11.9%까지 떨어졌다. 온라인의 비중은 46.5%에서 50.6%로 증가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국내 유통업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 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마트가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신선식품 카테고리 마저 본격 강화하고 나서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야권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지난달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지역 협력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형마트의 지역 협력 계획 이행 실적이 미흡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공표하고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오세희 민주당 의원도 현재 지자체장에게 재량권이 있는 의무휴업일 지정 및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반드시 휴업일 지정 및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미 평일 대신 주말로 지정되고 있는 휴업일을 지자체장 재량권 없이 공휴일로 일괄 지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현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인해 국회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업계 지원책 마련이 지연되면서 유통업계의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대적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에 맞는 극약처방을 통해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대형마트 규제는 부당할 정도로 과거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사모펀드 MBK가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부도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업황이 안 좋다는 뜻이니 일요일 휴무는 금년 안에 당장 다른 날로 바꿔야 하고, 2년 내 유통산업발전법 역시 재개정을 해야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모두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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