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젊은 경쟁자에게 “인간 말종”...충격적 발언
한동훈-김문수-오세훈 흠집 내기 골몰 70세 정치 원로
이래도 정치생명 안 끊어지고 3수 가능한 게 한국
“노욕과 광기의 정치” 좌우 중도층 유권자들 혐오 상품
한동훈이 인간 말종이면 홍준표는 과연?
“한동훈은 인간 말종으로 보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가 없다. 배신자 프레임에 들어가 버리면 끝이다. 유승민보다 더하다.”
충격적인 발언이다. 나이가 자기보다 20살 가까이 젊고 정계 입문은 35년 가량 늦은 소장 정치인에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상스러운 말을 하는 정치 원로를 필자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가 인생 마지막 목표”라고 했으나 대권 아닌 한동훈 죽이기가 아닌가 싶다. 70세 정치인이 고작 51세 정치인 싹 도려내기에 저렇게 집착하고 있으니 보기에 너무나 비참하다.
한동훈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가둔 사람들은 홍준표가 필요와 상황에 따라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TK 등 골수 보수우파 지지 기반 친윤 그룹이다. 이 그룹 뒤에 대통령실과 김건희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한동훈이 야망을 품고 자기 정치를 한 것이든, 진실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여당을 살려 보려는 충정에 의한 것이든 그 선택과 행동을 ‘배신’이라는 시정잡배들 용어로 재단하고 비난하는 건 한국 정치의 수준을 드러낸다. 홍준표는 그 수준 속에서 남을 짓밟아 일어서려고 한다.
친한계 박정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의 자산’인 후배들을 이토록 거칠게 비방하는 저분의 눈에서 이제는 광기가 보인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조기 대선은 불가피하다’. ‘3살 많은 김문수 장관이 출마하면 나는 꼰대를 면해서 좋다’라고 한 건 모순이자 노욕 드러내기다. ‘대통령을 지키겠다’라는 액션이 발연기로 비친다. 이제 정말 쉬실 때가 된 것 같다. 강퇴당하기 전에 자퇴하는 것이 좋다.”
홍준표는 아무리 험악한 말을 해도 후배들이 나이 대접을 해주는 한국 사회에 사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박정훈이 ‘인간 말종’ 식으로 표현했다면 ‘쉬실 때’가 아니고 ‘꺼질 때’로 바뀌었을 것이다. 나이를 무기로 함부로 말을 내뱉었다가는 언젠가 당하게 돼 있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어도 정치생명이 끊기지 않고 3수 도전을 할 수 있는 게 한국 정치판이다. 정치 원로가 품격을 잃으면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 마땅할 텐데 말이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그가 스타(드라마 ‘모래시계’ 작중 실제 인물 여부는 작가가 나중에 부인해 불확실하다) 검사에서 금배지 도전 영입 인물로 정계로 들어왔을 때 몇 살이었나? 한동훈보다 무려 20살 빠른 30세였다. 이러고도 ‘얼라’라고 할 수 있는가?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는 건방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는 73세 강성 보수 지지율 1위 김문수의 논란 발언도 지나치지 않았다. 김구 이름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진보좌파들도 별로 흥분하지 않은 국적 문제였다.
“김구 선생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안중근 의사는 조선 국적이고, 김구 선생은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국사 학자들이 다 연구해 놓은 게 있다.”
이것이 김문수의 정확한 발언 내용이다. 틀리지 않는다. 조선일보 한국사 전문 기자 박종인은 심층 조사 기사에서 “임정 요인 총 38명 가운데 28명이 공식적으로 중국 귀화인이고, 핵심 요인은 모두 중국 국적을 얻었다. 조선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적 활동과 신변 보호, 독립운동을 위한 불가피하고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라고 썼다.
다만, 김구에 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자료 국적 부분에 ‘(?)’라는 의문 부호가 달려 있다. 홍준표는 이런 걸 알기나 하고 ‘기상천외’, ‘어이없는’ 이란 단정적 수식 문구를 달았는가? 비판을 위한 비판, 사심이 들어간 비판은 전문가 앞에서 들통나게 된다.
그가 김문수에게 잽을 날리기 전에 올린 SNS 화제 글은 트럼프 취임식 호텔 방 시청 변명이었다. 미국까지 가서 추위 때문에 행사장(TV 시청용 체육관)에 들어가지 않은 사실을 자백한 것이었다.
전 세계에 뿌려진 초청장 수만 장 중 하나를 받아 ‘대선 후보 자격 정부 대표’로 간다고(국민 세금으로?) 자랑도 했었다. 그러나 참석 지정 장소가 의사당이 아닌 스포츠 시설 3등석인데다 영하 날씨에 줄을 서야 해서 포기했다.
그는 또 다른 당내 경쟁자인 오세훈도 건드렸다. 유력한 라이벌들은 죄다 가만두지 않는다.
“오 시장은 명태균을 만나서 범죄를 작당한 게 있지만, 나하고는 뭐 작당했다는 기록이 없지 않은가? 문자에 답했다는 것도 무슨 죄가 되나?”
조기 대선이 현재로서는 두 달 뒤에 있을 수도 있고(탄핵 인용 후), 상당 기간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탄핵 기각 또는 각하에 따른 임기 단축 개헌 후).
어떻든 기사회생 기회를 살려 보수우파 잠룡들이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아름다운 경쟁을 해야만 한다. 중도층에게 ‘노욕과 광기’는 혐오 상품이다. 이런 판에 나이도 많고 정치 경험도 많다는 사람이 술집에서 동네 아저씨 입에서나 나올 법한 저질 막말을 동료 라이벌에 대고 했다.
홍준표의 자중자애를 권해 마지않는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