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입증했던 임재택, 다올證 신임 대표 내정…14일 돌연 잔류 발표
“개인적 사유 아냐…M&A 관련 역할·책임 검토”
KCGI 인수 불발설 '솔솔'…내년 3월 임기 채울 듯
다올투자증권의 새 대표로 내정됐던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가 돌연 잔류를 결정하면서 그 이유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양증권에 대한 인수·합병(M&A)를 추진 중인 KCGI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등 인수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임 대표가 뜻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다올투자증권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유로 해당 결정을 변경하고 한양증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임 대표는 다올투자증권 신임 대표로 내정돼 오는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될 예정이었다. 지난달 13일 다올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임재택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다만 임 대표가 갑작스레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직을 포기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주주총회로 통한 선임 과정만 남은 신임 대표가 외부적 요인도 아닌 개인의 결정으로 이를 번복한 것은 전례가 없다.
업계에서는 임 대표의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KCGI의 한양증권 인수 난항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KCGI가 임 대표 후임으로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를 사실상 내정한 상황에서 한양증권 인수에 변수가 생기면서 마음을 바꾼 것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앞서 KCGI는 지난 2023년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인수 당시에도 기존 이동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대신 현 김병철 대표를 선임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한양증권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 사내이사 선임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완결되면 이사 선임의 효력이 발생하는 조건이다.
문제는 해당 인수 절차에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KCGI에서 지난달 금융당국에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정례회의에서 한양증권의 대주주 변경 승인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었다.
다만 KCGI와 강 대표가 이번 주 초부터 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변경 승인은 무기한 연장되는 분위기다. 국세청 조사 결과 KCGI의 세금 탈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불리해진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세, 횡령, 배임 등 범죄행위 혹은 불공정거래는 대표적인 대주주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임 대표는 일단 이번 잔류 결정에 대해 개인적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단순 개인적인 사유가 아닌 M&A와 관계된 여러 변수와 현직 대표의 역할, 책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며 "현재 몸담은 회사의 M&A 과정 중에,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이렇게 중대한 시기에 회사를 떠나는 것에 대한 현실적, 법률적 제약이 많아 수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무산될 경우 차순위 협상 대상자인 LF와 인수 협상이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임 대표는 임기 만료인 내년 3월까지 자리를 지키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재택 대표는 업계 내 존재감이 옅었던 한양증권을 실적 개선을 통해 강소 증권사로 성장시키는 등 리더십을 입증한 인물이었다"라면서도 "이번 임 대표의 잔류 결정으로 다올투자증권은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대표 영입 관련 절차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