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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 균형 vs 설득력 없는 졸속 추진…국립예술단체 이전 둔 동상이몽 [D:이슈]


입력 2025.03.18 08:43 수정 2025.03.18 08: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국립예술단체 이전 계획이 시작부터 예술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문체부 입장에선 문화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내비치는 반면, 예술단체들은 예술적 특성과 내부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예술단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 ⓒ뉴시스

문체부는 지난 6일 중장기 문화비전인 ‘문화한국 2035’을 공개했다. 핵심전략으로 ‘지역 문화균형 발전’을 첫머리에 세우고 1번 추진과제로 “국립예술단체, 문화예술 공공기관 전체의 지역(지방) 이전”을 제시했다. 그 첫 대상이 서울예술단의 내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의 이전 추진이다. 단체 이름도 서울예술단에서 국립아시아예술단(가칭)으로 바꾼다.


의도 자체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없다. 공연계에서도 꾸준히 수도권과 지역 간 문화 접근성 격차 해소를 과제로 꼽아왔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공연시장 현황만 보더라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공연건수(2만1634건) 및 회차(12만5224회) 중 서울의 공연 건수 및 회차는 각각 9966건과 8만2160회로 각각 전체의 46.1%, 65.6%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등의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까지 포함한다면 비중은 각각 62.7%, 76%로 대다수의 공연이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인촌 장관은 이 같은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립예술단체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주민의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이다. 광주를 비롯해 지역에서는 (국립예술단체의 이전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단 이전으로) 1~2년 불편할 수 있겠지만 국립예술단체는 국가의 균형 발전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장 이전 발표가 떨어진 서울예술단은 문체부에 이전 추진 계획에 대한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예술단은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뤄졌고, 행정적 절차 또한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예술단은 문체부 산하 국가예술단체로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나 혁신도시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지방 이전의 근거가 되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가 이전 사유로 내건 ‘지역 문화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반발 의견이 거세다. 서울예술단은 “단순히 국가예술단체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특정 지역의 예술단체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예술적 특성과 내부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국가예술단체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수의 공연 관계자들도 같은 지적을 쏟아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 자체를 반대할 목소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강압적으로 추진되는 국립예술단체 이전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 당장 단원들의 거주 이전과 생활반경의 변화와 같은 문제들은 물론이고 예산 문제, 제작 기반 부족, 지역 예술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1~2년 불편할 수 있다‘는 장관의 말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에서 기반을 잡고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의 이전을 강행하면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보다, 이미 지역에 마련되어 있는 극장의 활성화에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예술단체를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문화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다. 각 지역과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예술단은 이미 그 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오히려 ‘문화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졸속’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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