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는 '선고시점'…李, 26일 선거법 항소심
尹 탄핵 선고일은 미정…법원에 걸린 명운
野 "임계점 넘어가면 치유 어려울 수 있어"
與 "'선입선출' 원칙, 한덕수 선고 우선돼야"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압박하고 있다. 탄핵선고가 지연될 수록 국민 불안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윤 대통령 선고보다 먼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치권의 명운이 법원의 판단에 걸려있는 형국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가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오늘로 21일째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가 극단적 대결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헌법 파괴자 윤석열을 단호하게 만장일치로 파면해 역할을 다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나라도 국민도 한계점이고, 긴장과 인내도 이미 도를 넘었다. 더 이상의 지연은 비정상이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국민의 갈등과 헌재에 대한 압박과 폭력을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에게 무능과 실정, 계엄과 내란으로 부담을 준 것으로도 이미 (탄핵 사유가) 차고도 넘친다. 헌재의 책임있는 결정을 기다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국회에서 광화문으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 행진'을 이어가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광화문에서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 행동'을 개최해 헌재의 신속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장외 집회를 이어가고, 현장 지도부회의를 열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화두는 선고 시점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이 이번 주 내에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 선고보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가 먼저 나올 경우, 특히 1심(징역 1년·집행유예 2년)과 같은 피선거권 상실형이 선고되면 대권 가도에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 또는 100만원 미만의 감형 선고를 점치는 분위기지만, 조기대선과 대법원 판결이 맞물릴 경우의 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4월 중순께 나올 경우,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3개월 이내 판결)에 따라 6월 조기대선과 겹칠 수 있어서다.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대법원의 손에 이 대표의 명운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신의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무죄를 확신하지만, 만약 유죄가 선고 되더라도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약 1심과 같은 형을 선고 받게 되면 '이재명 대세론'이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한편으론 대법원이 판결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사법의 난입'을 시도할 용기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시점을 '임계점'으로 표현하며 작금의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임계점이 넘어가면 헌재 판단 결과가 나와도 치유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보다 이 대표의 사법 선고가 먼저 나오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항소심이 열리는 오는 26일 뒤에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론은 이 대표 2심 선고 이후에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그나마 헌법재판소가 편파·졸속 운영에 대한 비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도대체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와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라며 "서로 전혀 별개의 사건이고 별도의 문제다. 괴상한 잣대로 헌재를 흔드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용우 의원은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국민의힘 주장은) 비논리적이며 무책임한 주장이다. 대통령의 공백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여당도 이견은 없지 않느냐"라며 "어떻게 보면 여당의 이런 발언들이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발언 아니냐. 빠르게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통해 혼란상과 분열상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헌재의 '선입선출'(先入先出·사건접수 순서대로 처리) 원칙을 들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가 윤 대통령보다 빨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앞서 헌재가 검사 3명 탄핵심판보다 먼저 종결된 한 총리 탄핵 선고를 잡지 않으면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은 3개월 넘게 변론조차 진행하지 않자 선고 원칙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