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기에 비이자이익 강화 전략
이자 중심 수익 구조 벗어나겠다지만
금융 소비자 우선하는 생존법 취해야
은행들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고금리의 시대가 점차 저물면서다. 금리인하기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손쉽게 이자이익을 기대할 수 없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이에 은행들이 제시한 전략은 비이자이익 강화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은행 과제와도 부합한다. 비이자이익은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으로, 상품 판매나 송금 등의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 금액 등을 포함한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59조3000억원에 달한 것에 비해, 비이자이익은 6조원에 그쳤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타겟팅에 따라 은행들에게는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실제 은행들은 올해 들어 비이자이익에 힘을 싣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걷고 있다. 우선 각 은행들은 그룹의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계열사와 손을 잡는 모습이다. 비은행 계열사와의 정보 교류와 네트워킹을 늘리면서, 대기업 영업 확대, 인수금융 시장 공략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도 차기 주요 비이자이익 사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비금융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즉 다른 업권에 금융서비스를 접목시켜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출시하는 '스타벅스 통장'으로 스타벅스의 기존 충성 고객을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현대모비스와 손을 잡고, 하나은행은 당근, 쿠팡 등과 협업하고 있다.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노후연금, 퇴직연금 등의 상품을 판매하거나 관련 상담을 늘려 이자가 아닌 이익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홍콩 ELS 사태로 인해 창구가 막힌 만큼 상품 판매의 허들이 높아졌다. 은행들은 대표적 비이자 수익으로 수수료 수입을 꼽는데 수입 주요 창구인 신탁업 입지가 좁아졌다. 오는 9월부터 판매 재개가 되지만 불완전판매 이슈에 따라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은행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은행들이 조금씩 발을 담구고 있는 알뜰폰 시장도 규제로 인해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알뜰폰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에 따라 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러한 은행들의 시도들이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들이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만든다는 점에선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흐름이 소비자의 부담을 줄어줄 것이라고 해석되지 않는다.
경기 침체가 서민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보니, 서민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똑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이 수익 구조를 변화한다는 건 그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은행들의 앞으로의 생존 전략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는 이유다. 특히 그동안 '이자장사' 논란을 끊임없이 들어온 만큼 이러한 고리에서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 보인다. 영원한 적은 없다는 얘기가 있다. 은행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금융 소비자에게 먼저 와닿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