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마저…반복되는 '기습 유증' 잔혹사, 개미들 불만 '폭발'

한화에어로, 전날 3조6000억원 유증 발표 …하루만 13%↓

기습 유상증자로 보유 주식 가치 희석되고 주주 피해 발생 관측에 투심 약화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습적인 유상증자로 보유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기존 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9먼4000원(13.02%) 하락한 62만80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20일) 장이 마감된 이후 시설 자금 및 타법인 취득자금 등 투자를 목적으로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기업이 대형 투자를 단행할 때 자금 확보를 하는 수단은 내부 보유 현금 활용부터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증자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 가운데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희석해 직·간접적인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커 다른 방법들에 비해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배경으로 침체한 업황 속 '지속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대체할 자금조달 방법이 없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0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조80000억원, 3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적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점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 주가 대비 낮은 유상증자 발행가나 주식 가치 희석 우려도 크다는 설명이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행가는 60만5000원으로 21일 장 마감(62만8000원) 대비 낮다. 신주 발행 물량도 전체 상장 주식의 13.05%로 집계됐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급락한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이 아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일 삼성SDI 주가는 6.18%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30일에는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2조50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기습적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관련 공시 직후 하한가로 급락했고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유상증자 계획이 철회되는 등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증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장사들이 급하게 유상증자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발맞춰 기업들이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유상증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가이드라인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유상증자는 단기적인 자금 조달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주가치와 기업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밸류업 정책과 유상증자가 함께 이뤄지기 위해선 기업은 자금 사용 계획을 명확히 밝히고 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