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상증자 후폭풍…경영진 신뢰 회복 집중
HD현대·금호석화,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 강화
SK이노베이션, IPO 일정 앞두고 주주 보상책 등 주목
국내 주요 중후장대 기업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다. 특히 3월 넷째 주에는 굵직한 기업들의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 위크’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주요 중후장대 기업들이 줄줄이 주총을 개최하면서 대규모 유상증자와 주주환원책, 경영권 분쟁 등 각 사의 주요 쟁점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5일 주총에서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 흔들린 주주 신뢰를 되찾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주총에서 유상증자 자금 사용 계획과 성장 전략을 설명하며 주주 신뢰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주주 반발이 커진 만큼 주총에서 성토장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뒤 주가가 급락하고 주주 반발이 커지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경영진이 총 48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경영진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선 만큼 주총에서 어떤 대응이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주도로 설립된 HD현대마린솔루션도 25일 주총에서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조선 업황 개선에 따라 실적 개선 효과를 주주들과 공유하기 위해 올해 첫 분기배당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3년간 최소 주당배당금(DPS)을 3000원으로 유지하고 연 4회 배당으로 분기배당을 확대할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같은 날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주주친화 정책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3년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최대 4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된 상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대립해온 박철완 전 상무가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내놓지 않았고 박 전 상무의 우군이었던 차파트너스도 특별관계를 해소했다. 회사 측은 이러한 불확실성 해소로 경영 안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28일 주총 후 박상규 사장 등 경영진이 직접 주주 질문에 답하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 주주들의 관심사는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자회사인 SK온·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 일정과 이에 따른 주주 보상책이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주들의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보상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경영권 분쟁 한복판에 선 고려아연의 정기 주총(28일)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회 구성을 놓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표 대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해 적대적 M&A 시도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MBK·영풍 연합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신청한 의결권 행사 허용 관련 첫 가처분 심문이 지난 21일 열렸고 주총일(28일)에 앞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원 판결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올해 주총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 민심을 수습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주주들의 요구가 발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업들의 대응은 배당의 예측가능성 강화,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 통지 등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올해 주총에서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