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자 부르타 아벤' '버닝필드' '쉬어매드니스' 등 공연
8월 이머시브 공연 '슬립 노 모어' 한국 상륙 예정
최근 관객이 직접 극에 참여하는 이머시브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한 차례 반짝 인기를 끌었던 이머시브 공연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주춤했지만, 다시금 공연계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푸에르자 부르타’가 2013년 첫 내한 이후 여섯 번째 한국을 찾았다. 이번 시즌은 신작 ‘아벤’으로 지난 18일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개막했다. 공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통의 단절을 겪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함께 하는 즐거움을 다시 각인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푸에르자 부르타 아벤’은 ‘매직박스’로 이름 지어진 공연장이 특징이다.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활용해 배우들이 공연장 어디에서든 출몰한다. 관객들도 단순한 ‘관람자’에 머물지 않고, 퍼포머와 한 공간에서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공연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학로극장 쿼드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연극 ‘버닝필드’가 공연 중이다. 소방관 이야기를 통해 사회가 재난을 어떻게 마주하고 받아들이는가를 이야기한다. 특히 극중 관객에게 무전기를 전달하고 소방관으로 분한 배우들의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들은 극장의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소방관의 일상을 엿보거나 위기의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장면,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극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오는 28일부터는 대학로 대표 이머시브 공연 ‘쉬어매드니스’가 콘텐츠박스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미용실 위층에서 일어난 ‘바이엘 하’ 살인사건 용의자를 찾는 코믹 추리 수사극으로,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범인을 추리해나간다. 관객의 추리에 따라 극의 흐름, 심지어 결말까지 달라지는 독특한 형태를 취해 큰 이슈를 끌었다.
하반기에도 이머시브 공연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머시브 공연의 선구자로 꼽히는 영국 제작사 펀치드렁크의 대표작 ‘슬립 노 모어’가 오는 8월 한국에 상륙한다.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재구성한 이 공연은, 관객이 여러 개의 방을 옮겨 다니니고, 원하는 인물을 골라 쫓아다니며 극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 공연은 지난해 문을 닫은 대한극장을 리모델링한 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언급된 이머시브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에게 수동적인 관람은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데 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을 작품 속 세계관에 흡수시키면서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식이다. 직접 극의 일부가 되어 배우들과 상호작용하고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의 욕구가 이머시브 공연의 인기를 견인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까진 국내 관객들에겐 능동적 참여 공연 방식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듯 보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수동적인 관람 방식에 익숙해져 온 탓이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기존에 고정관념처럼 굳어졌던 공연 관람 방식을 허물고,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더구나 젊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주체적 역할과 몰입감이라는 차별화된 매력에 매료돼 입소문을 빠르게 타고 있다. 실제로 선택에 따라 스토리와 결과가 달라지는 극의 경우, 재관람도 잇따른다는 분석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 관객들은 수동적 관람 방식에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머시브 공연의 환경 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조금만 마음을 열면 금세 동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의 참여도나 개입에 따라 극이 달라지고 경험하는 것이 달라진다. 즉 무대 위의 ‘같은 공연’을 보던 것과 달리 개인의 선택에 따라 공연 관람이 철저히 ‘개인적 경험’이 된다는 의미다. 공연을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기 위해, 혹은 또 다른 결말을 보기 위해 재관람한다는 관객이 많다”고 이머시브 공연이 공연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거란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