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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에 '폭삭 속았수다'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5.03.26 07:00 수정 2025.03.26 09:56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검찰, 지난 20일 명태균 의혹 관련 오세훈 시장 집무실·공관 등 압수수색

오 시장, 압색 직후 명태균 운영 여론조사업체 '무자격 불법업체'라고 밝혀

이에 따라 오 시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실상 성립 어려워져

발목 잡던 '명태균 리스크' 털어내고 조기대선 가능성 대비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명태균씨에 대한 고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도 사투리인 '폭싹 속았수다'는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표준어가 익숙한 이들에겐 '남의 거짓이나 꾀에 넘어갔다'는 뜻인 '속았다'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물증 없는 주장 때문에 대권가도에 발목이 잡힌 오세훈 서울시장의 상황이 딱 그렇다.


서울시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일 명씨가 연루된 여론조사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오 시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서울시청 내 오 시장 집무실과 오 시장 공관, 2021년 보궐선거 당시 선거캠프 핵심 인사였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압수수색의 목적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과 관련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하고,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여론조사비용 3300만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살피는 것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연합뉴스

다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내용이 드러났다. 명씨가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무자격 불법업체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명태균 의혹'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오 시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사실상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무자격 불법업체는 공표, 미공표 여부를 불문하고 (여론조사를) 할 자격이 없다. 그곳에 정치자금을 지출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따라서 김한정씨가 어떤 대가를 지급했다고 해도 그게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사기를 당한 셈이라는 사실이 어제 밝혀져 이 점을 수사기관에 알려드렸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명태균과 변호인이 저와 김한정, 명태균이 삼자대면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런 이야기를 명태균이 한 적 없단 사실을 명태균과 그 변호인이 인정했다"고 말하며 명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지금껏 물증도 없는 명태균의 주장에 검찰도, 오 시장도 폭삭 속은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오 시장의 소환 조사를 끝으로 명태균 의혹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명태균 의혹은 오 시장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오 시장은 대권행보에 발목을 붙잡던 '명태균 리스크'를 털어내고 본격적으로 조기대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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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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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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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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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순
  • 슛돌이 2025.03.26  10:23
    특정 여론조사 업체에 여론조작을 의뢰한 정치인이 해당 여론조사업체가 무자격이라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 무자격 킬러에게 살인을 의뢰하면 살인청부 혐의가 안된다는 소리처럼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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