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펍에서 음료도 판매
프리쇼와 본무대 경계 희미…파격적 연출 눈길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 객석 입장이 시작되기도 전, 극장 로비는 뮤지컬 ‘원스’를 기다리는 관객들로 붐빈다. ‘원스’의 정서를 대변하는 ‘프리쇼’(Pre-show)를 즐기기 위함이다. 극장 문이 열리면 낯선 풍경이 눈에 펼쳐진다. 통상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기 바쁜 타 공연장의 풍경과 달리, 이곳에선 무대로 직행하는 관객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심지어 무대로 올라가는 양쪽 계단 앞에 길게 대기줄이 생길 정도다.
제법 세월이 묻어난 듯한 붉은 벽돌 벽면과 짙은 색의 목재 테이블과 의자, 벽면을 가득 채운 손때묻은 소품들까지. 따뜻한 분위기로 꾸며진 무대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한적한 아일랜드 더블린 펍의 내부를 정교하게 재현한 듯 보인다. 무대를 누비며 사진을 찍으며 대화를 나누는 관객들의 웅성거림도 이곳에서만큼은 ‘소음’이 아니라, 그저 정겨운 펍의 한 풍경일 뿐이다.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무대 안쪽에 마련된 바(bar)에서는 생수, 주스, 와인 등의 음료를 판매하는데 실제로 바를 방문한 손님처럼 이를 구매해 마실 수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메뉴 주문 시 원스 리유저블 컵이 제공되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과 ‘소장’을 위한 구매 관객이 잇따랐다.
공연 시작 약 10분 전, 무대에서 셀카를 찍는 관객들 사이로 몇몇 배우들이 모여들어 갑자기 연주를 시작한다. 그 와중에도 관객들은 연주하는 배우들 사이사이를 헤집고 다니기도 하고, 주위를 둘러싸고 박수를 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무대를 즐긴다. 배우들은 또 무대의 관객과 눈을 맞추며 교감하고, 심지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주로 ‘쿵쿵’거리는 바닥의 울림이 전달되며 한 공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체감케 한다. 실제 공연에 사용되는 악기들이 무대 한 편에 놓여있어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리쇼가 진행되는지 몰랐다던 직장인 A씨는 “정보 없이 왔다가 의도치 않게 좋은 경험을 하게 돼 기분이 더 좋다”면서 “관객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인데 이 울림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들어오기 전에 물을 샀는데, 분위기를 내려고 또 물을 구매해 기념품(리유저블 컵)까지 챙겼다”며 웃어 보였다.
공연이 마무리되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객석으로 내려오지만, 무대는 암전이 되지 않는다. 프리쇼와 본 무대의 큰 경계 없이 그대로 공연이 시작되는 파격적인 연출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어디부터가 공연의 시작인지 인지되지 않아서 조금 전까지 무대 위에 있던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도 ‘극의 일부’처럼 느끼게 하는 심리적 거리를 더 좁히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무대 끝에 기울어진 큰 거울이 매달려 있는데,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마치 극중 인물들 사이에서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등장인물로서 등장하는 듯하다.
프리쇼를 통해 이미 극의 분위기와 음악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몰입도 높은 관람을 이어갔고, 인터미션 시간에도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무대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자녀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B씨는 “아이가 공연 전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주춤했는데, 배우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가까이서 보고 나니 인터미션에도 무대에 올라가자고 적극적으로 먼저 이야기하더라. 보통 공연 같으면 함께 보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같이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저는 영화 ‘원스’의 팬인데 프리쇼를 통해 마치 그 풍경 속에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