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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법리스크' 희석 이재명…"尹 사형" 외치던 지지자들, "이재명 대통령" 축제 분위기


입력 2025.03.27 00:00 수정 2025.03.27 00:00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공직선거법 2심 선고서 1심 엎고 기사회생

지지자들 '무죄 유력'에 선고 전부터 환호

민주당 의원은 60여명 모여 李 맞이하기도

여유찾은 李, 곧바로 산불점검 위해 안동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나와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의 피선거권 박탈형을 뒤집는 기사회생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의 날이었던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바깥은 이 대표의 가장 큰 족쇄가 풀린 것을 자축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지지자들이 있는 구역에서 "윤석열을 사형하라"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등장 직전부터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 보다 "무죄!" "이재명!"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파란색 마스크 혹은 파란 스카프를 하고 법원으로 모여들었다. 한 지지자는 흰 마스크에 직접 '무죄'라는 글씨를 써서 쓰고 등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도착하기 전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윤 대통령 지지자 간 설전이 있었으나, 이들 사이를 가로막은 펜스로 인해 물리적 충돌이 아닌 '설전'에 그칠 뿐이었다. 한쪽에서는 "윤석열 사형" 목소리를 높이고 한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며 응수했다.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된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점점 더 모여든 지지자들에 의해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초반보다 묻혀 들리지 않았다.


이날 지지자들은 "이재명은 억울하다!"를 외치다가, 이 대표를 마중 나온 민주당 의원들을 보자 잠시 외침을 멈추고 엄지를 들어 보이는 등 환영의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설 때는 최근 암살 위협과 앞선 운동화 투척 등을 고려한 듯, 경찰이 지지자들 쪽에 그물망을 잠시 설치하기도 했다.


현장의 분위기가 본격 반전된 때는 오후 3시쯤 부터 였다. 이 대표의 무죄 선고가 유력해진 상황들에 대한 보도가 속속 전달되자, 지지자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되기 전이었지만, 비슷한 시간 민주당 의원들도 앞다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페이스북에 무죄 환영 메시지를 남기는 등 무죄 선고 유력 분위기를 만끽했다. 평온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한시간 이상 이 대표를 기다리던 의원들 사이에서 드디어 함박웃음이 포착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과 관련해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법원에 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부가 무색하게 그를 마중·배웅하기 위해서는 6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법원 앞에 자리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무죄 소식이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김현 의원은 "완벽 무죄" 오기형 의원은 "전부 무죄.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답해야 합니다" 김영호 의원은 "나쁜 사람들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필귀정" 등의 내용을 각자의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다. 동시에 "윤석열 사형"을 외치던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이재명 대통령 되자!"로 바뀌어갔다.


상황이 종료된 후, 귀가를 하던 사람 중에는 "이재명 만세!"를 외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길을 지나가자, 이들에게도 환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표는 법정에 입장할 때는 이날 선고를 앞둔 심경과 관련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들어갔다. 선고 후 홀가분하게 법정 밖을 나온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발견하자 손을 들어 반가움의 인사부터 전했다. 이후 현장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에워싸이면서, 그 후로 이 대표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무죄를 받은 후 이 대표의 일성은 "진실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한다"며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단 생각"이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검찰과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는데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 개선에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희석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독촉하는 여론전에 더욱 힘을 쏟았다. 동시에 재판 일정으로 주춤했던 이 대표의 대권 행보도 본격 재개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1박 2일간의 경북 안동 방문 일정에 들어갔고, 당장 이날 오후 7시30분에는 안동체육관을 찾아 산불 상황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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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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