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현장 BP 설치 확산 위한 지침 개정 추진
현대건설, 현장에 BP 설치…“안정적 공급 가능”
“공장 가동률 바닥인데 납품 기회 뺏겨” 반발도
서울 내 도심 건설현장에 레미콘 수급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레미콘 생산 시설인 현장배치플랜트(BP) 설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와 레미콘 업계가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수급이 보다 수월해질 것을 기대하며 정부 방침을 지지하는 분위기인 반면 레미콘업계는 매출 급감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0일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에 대한 행정 예고 후 지난 20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상태다.
개정안은 현장배치플랜트로 생산생산·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50% 이내로 제한했던 기준을 삭제하고 현장배치플랜트가 설치된 현장 뿐만 아니라 같은 시공자 등이 시행하는 인근 건설현장까지 반출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최근 서울 도심 내 레미콘 수급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2022년 삼표 성수 레미콘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송파구에 위치한 풍납 공장마저 올해 말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내 건설 현장들은 경기도와 인천에 위치한 공장으로부터 레미콘을 수급받고 있는데 교통 체증 등으로 레미콘 타설이 가능한 90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이다.
이에 재건축 현장에 현장배치플랜트를 직접 설치하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 현장배치플랜트를 도입하기도 했다.
재건축 현장에서 레미콘 적기 공급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현대건설이 생산량을 결정해서 전달하면 협력사인 동원래미콘에서 생산·운영하는 방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의 골든타임인 90분을 준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현장에서 골재 혼합으로 레미콘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할 수 있고 안정적인 공급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배치플랜트를 믹서트럭을 이용한 운반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공사비 절감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레미콘업계에서는 현장배치플랜트를 확대 적용하면 대부분 중소기업들인 레미콘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 현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남아 있는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레미콘을 생산할 경우 그만큼 납품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레미콘 업체들은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 지난해 17.4%라는 역대 최저 가동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연간 레미콘 생산 능력은 지난 2021년 6억3204만㎥에서 지난해 6억4303만㎥로 늘어났지만 생산량은 수요 감소로 1억4591만㎥에서 1억1200만㎥로 줄었다. 이에 따라 가동률도 같은 기간 23.1%에서 17.4%로 5.7%포인트(p) 감소했다.
또 국토부의 지침 개정안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중소레미콘업체가 사업 조정을 신청할 경우 현장 공급 물량 50%를 인근에 위치한 지역 레미콘 업체가 공급할 수 있도록 판로를 보호하고 있는데 지침 개정안은 현장배치플랜트로 필요한 레미콘 전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지침으로도 90분 내 공급이 어려운 현장은 배치플랜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며 “다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상황에도 현장에서 자체 조달을 하도록 한다면 대부분 중소기업인 레미콘업체들의 매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