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이르면 올해부터 양산 돌입 예정
삼성전기·LG이노텍, 시범 생산 돌입
전문가 "선두 차지하면 엄청난 수혜"
고성능 반도체 칩의 과도한 발열과 전력 소모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리 기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유리기판 도입을 추진하면서 부품사들의 기술 개발과 공급망 구축 등 상용화 속도도 한층 빨라지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C,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부품사들이 유리기판 개발 경쟁에 한창이다. 유리기판이 기존 반도체 기판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만큼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기판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 반도체를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데이터를 원활하게 이동시키는 도로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반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망 역할도 수행한다.
그간 기판은 플라스틱 계열 소재 유기 기판이 사용됐다. 오랜 기간 반도체 패키징의 기본 소재로 활용됐지만, 최근 고성능 반도체 칩 사용이 늘어나면서 유기 기판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칩의 과한 발열 문제로 유기 기판의 물리적 변형이 일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반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전력 손실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기 기판의 대안으로 떠오른 게 실리콘 기판이지만, 이마저도 크기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제조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업계는 유리 기판에 주목한다. 기존 유기, 실리콘 기판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해결사로 꼽고 있다. 차세대 유리 기판은 유기 기판 대비 전력 소모는 30%나 적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40% 빠르다. 유리라는 소재의 특성상 열에 의한 휨 현상이 매우 적은 것도 장점이다.
인텔·AMD·삼성전자를 비롯해 엔비디아까지 본격적으로 유리기판을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상당한 미래 수요가 보장돼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자사의 칩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TSMC에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L' 예약 비중을 대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이는 인터포저(부품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실리콘 대신 유리기판을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선 SKC,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유리 기판 상용화를 위한 과정에 있다.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유리기판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앱솔릭스는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준공한 상태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최근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이미 몇몇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LG이노텍의 경우 올해 연말 시생산 양산이 목표다. 조만간 구미 사업장에서 시험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3사는 최근 열린 각 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리기판의 상용화 현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원철 SKC 사장은 "세계 최초 글라스기판 양산 라인인 조지아 1공장은 적기 양산을 목표로 시운전 중"이라며 "다수의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를 확보하고 밸류체인 내 다양한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몇 곳의 인공지능(AI)·서버 고객에 대해 샘플링할 것"이라며 "2분기부터 세종사업장 파일럿 라인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올해 10월 장비가 들어오고, 유리 두께나 크랙(crack·깨짐) 등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는 2027, 2028년 시점에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고객사의 유리기판 니즈(요구)가 명확해진 가운데, 아직 누구도 양산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리 특성상 공정 과정에서 깨지기 쉬워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라는 여러 기술적 도전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관건은 고객사에 신뢰성과 양산 능력을 증명하는 데 있다"면서 "이 시장에서 상용화에 먼저 성공하는 것은 오랜 기간 시장 선두를 지키면서 상당량의 수요를 챙길 수 있어서 엄청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