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출고 지연에 2개월째 판매 '0대'
환경부 보조금 기준 통과 못해… 계약취소 잇따라
아토3 수요, 푸조로 갔나… 3월 판매 80% 늘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가 환경부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2개월이 넘도록 차량을 판매하지 못한 가운데, 푸조가 때 아닌 반사효과를 보고 있어 주목된다. 아토3의 출고가 늦어지자,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비운의 모델 'E-2008'이 날개를 달고 있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푸조의 소형 전기 SUV 모델인 'E-2008'의 계약은 약 50여대로, 전월(2월) 대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E-2008의 2월 판매량은 27대였다.
수치상으론 높지 않지만, E-2008 모델의 존재감이 국내 시장에서 그간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단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다. E-2008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총 127대로, 월 최대 판매량도 31대에 그쳤다. 사실상 지난해 월 최대 판매량을 뛰어넘는 계약이 올 3월 한 달 간 쏟아진 셈이다.
푸조 E-2008의 반짝 상승은 시기상 BYD의 출고 지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BYD는 지난 1월 국내 시장에 브랜드 첫 모델인 '아토3'를 출시했지만,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산정과 산업부의 환경친화적자동차 고시 등재를 완료하지 못하면서 지난 2달 간 한 대도 판매하지 못했다.
사실상 대중브랜드인데다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앞세운 만큼,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매력도가 크게 낮아진다. 사전 계약 접수 후 2개월이 넘도록 차량을 출고하지 못하면서 2000여대에 달했던 계약도 잇따라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토3가 3000만원대 초반 가격을 앞세웠던 만큼, 계약을 취소한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동급 저가 전기 SUV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푸조 E-2008은 지난달 초 국고 보조금 및 지역별 보조금 예상치를 미리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춘 바 있다.
E-2008의 출시 가격은 3890만원이지만, 지난달 기준 구매 가격은 약 760만원 가량 낮아진 3100만원대였다. 실제 지난달 푸조 전기차 계약의 87%는 BYD 출고 지연 소식이 전해진 뒤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환경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예년 대비 한 달 빨리 책정하면서 전기차 보조금이 예년 보다 더 빨리 소진될 수 있다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2월 중 책정돼 3월부터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1월 초 책정하면서 2월부터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기아, KG모빌리티 등 국산 브랜드의 저가 전기차 선택지가 최근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수입 전기차에 대한 니즈가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폭스바겐 'ID.5', 르노코리아 '르노5' 등이 출시를 앞둔 만큼 BYD의 초반 부진이 수입 대중 전기차 시장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BYD라는 업체에 대한 시선이 어떻든, 초반 계약 2000대에 달했던 계약은 가격 경쟁력과 수입 전기차에 대한 니즈를 동시에 보여줬다. 3000만원대라면 국산 브랜드를 택할 법 한데도 푸조가 반사효과를 얻었다는 것은 수입 전기차에 대한 니즈가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