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살해한 교사 명재완(48)이 조증과 우울증의 성향이 섞여져 나타나는 혼재성 삽화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대전 초등학교 피살 사건의 전모가 공개됐다.
이날 명재완의 과거 제자는 "잘 웃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제자와 학부모에게는 밝아 보였지만, 다른 선생님들과 잘 어울리는 성향은 아니었다.
명재완은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 명재완은 이 시기부터 극심한 가정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개인사라 자세한 것은 알려줄 수 없지만 가정불화가 있었던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이후 치료를 이유로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명재완은 지난해 12월 9일 6개월 동안의 질병 휴직을 냈다가 돌연 휴직을 중단하고 연말에 조기 복직했다.명재완의 이른 복직은 명절 수당을 받으려는 의도와 집에서 휴직하고 있으니 가정불화가 커져 이혼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복직이라는 전언도 이어졌다.
사건이 발생할 즈음부터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교내 연구실에서 컴퓨터 본체 전면부 케이스를 발로 차 깨뜨리는가 하면, 교내 연구실에서 왼팔로 동료 교사의 목을 감고 아래쪽으로 세게 누르는 등 폭행했다.
수업에서 배제된 뒤, 교감 선생님 옆자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급식실에서 식사할 때도 화가 난 것 같은 얼굴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후 사건 당일인 2월 10일에는 학교를 벗어나 2㎞ 거리의 주방용품점에서 흉기를 산 뒤 시청각실 안 자재실 창고에 숨겨 뒀다. 마지막 학생이 하교할 때까지 숨어서 돌봄교실 쪽을 지켜보던 명재완은 돌봄교실에서 김하늘 양이 나오자 책을 준다며 시청각실 안으로 유인한 뒤 잔인하게 살해했다.
명재완은 경찰 조사에서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겠다'라는 생각으로 돌봄교실에서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아이에게 책을 사준다고 시청각실로 유인해 살해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전문가는 명재완의 상태가 우울증과 조증이 합쳐진 혼재성 삽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전문가는 "우울증 증상에 조증에서의 높은 에너지 상태를 가지고 있다. 행동 자체에 에너지가 과하기에 폭력적이고 충동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명재완의 가족과 학교 측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자 했으나, 이들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일부 교사들 내부에서는 처음에 폭력적인 성향이 보일때 경찰 신고가 최선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어떻게든 복직을 막았다면, 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조 교수는 "6개월의 휴직을 했다는 건 본인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휴직 후 한 달도 안 돼서 복직을 신청했고 진단서에는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 단서가 뭘까 궁금하다"라며 "만약 교사가 복직하지 않았으면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전지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13세 미만 약취·유인) 등의 혐의로 명재완을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명재완이 김하늘 양을 살해한 지 45일 만이다.
사건 직후 자해를 시도해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명재완은 사건 발생 25일 만인 지난 11일 전담수사팀에 체포됐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체포 다음 날인 12일 명재완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결과 등를 종합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