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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산 포비아①] “티메프·홈플러스·발란까지” 유통가 ‘비상’


입력 2025.04.01 07:00 수정 2025.04.01 07:00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티메프 이어 홈플러스·발란도 판매대금 미정산

유동성 위기에 기업회생 신청

긴 정산 주기도 문제점

지난달 28일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피해자들이 물품구매용 유동화전단채(ABSTB) 조기변재 포괄허가 요청 탄원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홈플러스 전단채 피해 대책위

국내 유통시장에 ‘미정산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에 이어 올해 홈플러스, 발란까지 정산금 지연 사태가 기업회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입점 판매자(셀러), 투자자, 소비자 등을 모두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판매자들은 판매대금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졌고 심지어 폐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원인과 피해자 구제책,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향후 미칠 파장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티메프, 홈플러스, 발란 사태는 유동성 악화에서 시작됐다.


큐텐그룹 산하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는 2022년 기준 합산 거래액 7조원이 넘는 국내 6~7위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했으나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자본금을 까먹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실제로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 총계는 –6386억원, 위메프의 자본총계(2023년 기준)는 –2441억원이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해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는 총 4만8124개, 피해금액은 1조279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연매출 7조원 규모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로 불가피하게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것.


홈플러스는 지난달 4일 회생 개시 이후 상거래 채권은 정상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상거래채권 총 지급액은 6893억원이다.


또한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납품 대금과 정산금 등의 비용은 법원의 조기 변제를 허가 받아 지급 중이다.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 역시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23년 말 기준 결손금은 78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4% 증가했다. 한 때 3000억원까지 평가받았던 기업가치는 최근 3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발란의 미정산 대금은 약 13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산일이 도래하지 않은 입점업체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최대 수백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올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파트너들(입점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세 곳 모두 다른 경쟁사보다 정산 대금 주기가 긴 점도 유사하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유통사는 매월 판매 마감일 기준 40일 안에 납품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티메프는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아 익익월 정산 방식을 적용했었다. 이로 인해 판매자는 대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시 최소 두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기업별로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상품을 납품받고 45∼60일 뒤 계산해준다. 이마트 정산 주기는 평균 25일 내외, 롯데마트는 20∼3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홈플러스가 최대 3배 정도 길다.


발란은 입점업체의 규모, 계약 시기에 따라 7일, 15일, 30일로 정산주기를 산정한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가 촉발한 미정산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 데다 업계 간 생존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은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2% 마이너스 성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모든 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자본력이 취약하거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정산 포비아②] '늘었다 줄었다' 고무줄 정산 주기, 피해는 판매자 몫>에서 이어집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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