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활성화 통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 차질
재건축 촉진법·재초환 폐지 등 야당 반대로 표류
노후단지 증가…불확실성 확대 속 정책 기대감↓
서울 강남3구와 용산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이면서 들썩이던 아파트 값이 한 풀 꺾인 모습이다. 다만 인접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 붙거나 규제가 비켜간 경매 시장으로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서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근거가 되는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2일 건설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주택 시장의 불안한 매수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정비 사업 규제 완화 방안을 조속히 시행해 공급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각종 법안 추진에는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달 25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촉진법) 논의는 또 다시 물 건너갔다.
재건축 촉진법은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해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9월 발의됐다. 정비사업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처리하는 등 각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고 소요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미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재건축 촉진법까지 마련되면 정비사업 기간은 최대 6년까지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법안은 야당의 반발로 국회에 장기간 잠들어 있다. 여당은 침체한 건설 경기 회복과 공급 확대를 위해 신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단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비사업 단지가 밀집한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과 조합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법안도 국회 표류 중이다. 정부는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 사업 추진이 더딘 만큼 정비 사업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기부채납 등 공공 기여 부담 경감을 위한 도정법 개정안 등을 마련했으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처리가 불발된 상태다.
정비사업 추진 대상 단지들은 갈수록 늘어가는데 이를 뒷받침할 주요 정책들이 줄줄이 국회에 발이 묶이면서 주택 시장 불안은 점차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일단 지난달 24일 토허제 확대 재지정으로 일단 집 값 상승세는 다소 수그러든 상태다. 토허제 지정으로 갭 투자(전세 낀 매매)가 막힌 데다 최근 급등한 가격에 대한 시장 피로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4주(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11% 상승하며 일주일 전(0.25%) 대비 상승세가 둔화됐다. 특히 지난 3월 3주 0.79% 상승을 나타냈던 송파구는 같은 기간 0.03% 떨어지며 약 1년 만에 첫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흐름일 뿐 공급 확대가 수반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개발 부지가 한정적인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을 통하지 않으면 획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를 꾀하기 어렵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아파트 단지는 올해 544개로 오는 2030년이 되면 875개 단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상황 및 탄핵 정국 등이 맞물린 가운데 정비 사업 활성화 정책의 조속한 추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한다. 올해부터 공급 절벽이 점차 가시화되면 토허제 등 규제로 억누른 집값이 언제 튀어 오를지 알 수 없다는 진단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 환경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이 해소되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불안한 상태”라며 “시장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하는데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강구할 만한 여유가 없으니 어떤 정책도 제대로 추진되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