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플랫폼에 따라 포스터 문법 세분화
영화 포스터는 단순히 ‘예쁘게 만든 홍보물’이었던 적이 없다. 과거부터 포스터는 단일한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영화의 개봉 시점과 마케팅 전략, 타깃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티저 포스터, 메인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아트 포스터, 상업 포스터 등 다양한 포맷이 존재해왔으며, 각 포스터는 영화의 메시지와 분위기, 감정, 혹은 미학적 인상을 요약하거나 확장하는 전략적 시각 언어로 작동했다.
각각의 포스터는 고유의 목적과 전략을 갖고 있으며, 영화가 어떤 경로를 통해 관객과 처음 마주치는가에 따라 그 설계와 감각은 달라진다.
티저 포스터는 가장 먼저 노출되는 이미지로, 구체적인 정보 대신 상징적 장면이나 인물, 미장센을 통해 감각적인 첫 인상을 전달하고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반면 메인 포스터는 영화의 톤과 장르, 주요 캐릭터와 서사를 직관적으로 압축해 ‘이 영화는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를 명확히 안내하는 이미지 언어다.
캐릭터 포스터는 팬덤 타깃팅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인물의 표정·의상·태도를 통해 성격과 서사를 시각화하고, 수집욕과 팬심을 자극하는 기능을 한다.
아트 포스터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영화의 미학과 작가성을 강조하는 비주얼 전략이다. 주로 영화제 상영작이나 한정판 굿즈, 혹은 리미티드 상영의 사전 홍보용으로 활용되며, 소장 가치와 예술적 해석 가능성을 함께 담아낸다. 상업 포스터는 가장 넓은 대중을 향한 포맷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영화의 핵심 콘셉트를 요약하고, 관객의 선택을 유도하는 설계가 중요하다. 한 장으로 영화의 장르, 주제, 감정을 즉각적으로 해석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직배사 작품의 경우, 포스터는 대부분 본사에서 제작된 글로벌 버전을 그대로 사용하며, 기본적인 이미지와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소비 감각과 시각적 언어가 글로벌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로컬라이징 버전의 포스터가 추가 제작된다. 최근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의 경우 한국에서 별도로 제작된 버전은 주인공 미키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묘사됐다. 한국 버전은 그 인물이 처한 상황과 운명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암시한다.
여기에 플랫폼과 시장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포스터의 문법은 더욱 세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극장 개봉작은 스크린 중심의 감각과 인물 중심의 정서를 담는 구성이 일반적이지만, OTT 및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썸네일 환경과 사용자의 알고리즘에 따른 여러 가지 버전으로 제작된다. OTT 작품의 포스터는 플랫폼에서 여러 작품과 병렬된 상태에서 보여지기 때문에 비주얼 압축력이 곧 경쟁력이 된다.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티저, 메인, 캐릭터, 아트, 상업 포스터로 세분화한 각각의 포맷은 영화가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도달할지를 계산한 결과물이며, 극장과 OTT, 글로벌과 로컬, 팬덤과 일반 관객을 모두 고려한 정밀한 전략의 첫 단추다. 관객은 한 장의 이미지를 통해 영화를 선택하고, 플랫폼은 그 이미지를 통해 클릭과 관람 전환을 이끌어 낸다. 이미지 하나로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시대, 포스터는 다시 가장 중요한 전선이자, 콘텐츠 설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핵심 마케팅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