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혐오를 먹고 자란 아이들…'올파의 딸들'이 비추는 거울 [D:영화 뷰]


입력 2025.04.10 13:35 수정 2025.04.10 13:3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제 76회 칸 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수상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 IS에 가담한 두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은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이 재연 배우와 실제 인물을 함께 등장시키는 독특한 형식으로 만든 비극의 기록이자, 구조의 고발물이다. 제 76회 칸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튀니지 여성 올파와 그의 네 딸을 중심으로, 극단주의가 여성의 몸과 자유를 어떻게 포획하고 훈육해나가는지를 탁월하게 묘사하며, 더 나아가 여성에게 부과된 통제의 장치들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스며드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주인공 올파와 그의 셋째 딸, 넷째 딸인 에야와 타이시르가 직접 출연해 자기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며, 잃어버린 첫째와 둘째 딸의 자리는 배우들이 맡았다.


2015년, 튀니지의 두 자매 고프란과 라흐마는 갑작스럽게 리비아로 떠나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한다. 위장 결혼을 하고 테러리스트가 되어 결국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선택은 충격적이지만, 영화는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한다.


이들의 어머니 올파는 가부장제의 그림자 아래 살아온 여성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자라며 자신을 비롯해 어머니, 딸들을 남성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몸은 단련하고 싸워야 했다. 그 방어 본능은 자녀에게 억압적 통제로 이어졌다. 딸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자 올파는 두려움과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됐다.


어느 날 거리에서 고프란과 라흐마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건 이후, 니캅을 착용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반항의 표시였지만, 당시 튀니지의 극단주의 선전과 미디어 등에 노출된 자매는 테러리스트가 되기 위해 가족을 떠나버린다.


'올파의 딸들'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실제 인물과 배우들이 교차하며 기억을 재연하고, 재연을 통해 다시 현실을 환기시킨다. 이 실험적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현재 사회의 극단주의와 이 신념이 탄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와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의 층을 쌓는다.


사실 영화 속 극단주의는 종교라는 단어만 제거하면 특정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는 이야기다. 디지털 환경에서 빠르게 퍼지는 혐오 담론은 국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용자에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뉴스를 통해 분노와 혐오를 반복 재생시키고, 이는 세대 간 단절과 젠더 갈등, 사회적 극단화를 가속화시킨다. 특히 청소년이나 사회적 기반이 약한 이들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노출되고 선동됐을 때, 그들의 생각과 선택지는 점점 좁아진다.


이는 10대 고프란과 라흐마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니캅처럼, 극단으로 밀려난 이들이 의지가 아니라 탈출구로서 급진화된 사상을 받아들이는 과정과도 겹쳐진다.


'올파의 딸들'은 먼 나라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한 혐오의 언어, 낡은 가부장제도의 답습, 무심히 소비되는 선동적 콘텐츠,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비춘다. 이 영화는 혐오가 어떻게 전염되고, 또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를 포착해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