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강성 보수층에 영향력…당내 경선 변수로
"尹 지목 정치인이 후보 될 것" 주장 나오기도
친윤계 주자들은 밀착…"지지율 흡수해야"
'박심' 때처럼 '윤심' 영향력 과장됐단 관측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중대 변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윤심(尹心)'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파면됐음에도 여전히 강성 보수층에게 영향력이 큰 윤 전 대통령이 대권주자 누구에게 힘을 싣느냐가 경선 구도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권주자들은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과 밀착할지, 중도층 표심 확보를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둘지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요구가 나오고 있다. 더 강하게는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연이어 접촉하며 '관저 정치'를 통해 파면 이후에도 당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다.
강성 보수층이 윤 전 대통령과 심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현재 당 대선 경선룰이 '당원 투표 50%·일반 국민 투표 50%'라는 점에서 이번주부터 속속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는 잠룡들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두고 고심을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당 지도부를 만나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지금 한국에서 가장 힘 있는 강한 팬덤을 갖고 있는 정치인은 윤석열이고, 이 정치인이 다시 한 번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한국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지목하는 정치인이 결국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후보가 한 명 나와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며 "경선 과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한길 강사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고, 본게임에서는 아마도 개헌과 반명(반이재명), 이 캐치프레이즈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내다봤다.
일단 친윤계 대권주자들은 윤 전 대통령과 밀착하는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 친윤계 잠룡들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하며 강성 보수층과 같은 결의 입장을 내왔었다.
특히 '헌법재판소 저격수'로 활약한 나경원 의원은 지난 5일 윤 전 대통령의 관저를 찾아 1시간 가량 차담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대권주자의 측근은 통화에서 "어떻게 하면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고심 중"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후보 선출까지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당원 투표 50%라는 경선룰을 고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윤심 계승자'가 아무래도 경선의 유리한 고지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대권주자들이 마냥 윤 전 대통령과 밀착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대선 승부처인 중도층 표심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무선 100%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률은 67%, 반대는 27%였다. 차기 정권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중도층의 28%만이 '정권 연장'을 선택했다. '정권 교체'는 6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다른 친윤계 대권주자 측근은 "경선 초반엔 윤 전 대통령 지지율 흡수를 목표로 하더라도, 이후부터는 윤 전 대통령과 멀리하는 것이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내에서도 대선 승리를 위한 절연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으면 (대선은) 필패"라며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비상계엄이라는 위헌·위법 행위로 탄핵된 대통령과의 절연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진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정치적으로는 이제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박심(朴心) 논란 때처럼 윤심(尹心)의 영향력이 과장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20년 총선을 불과 42일 앞두고 당시 '옥중 서신'을 통해 "기존 거대 야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 힘을 하나로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으나, 103석을 얻는데 그치면서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이처럼 이미 윤 전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한 이상, 당원과 지지자들도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당원들도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즉 경쟁력 있는 주자를 택하지 않겠느냐"며 "윤 전 대통령 의중이 작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