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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숨기는 아이, 공간이 도와줄 수 있다면 [신은경의 ‘내 아이가 자라는 공간 ㉞]


입력 2025.04.08 14:30 수정 2025.04.08 14:30        데스크 (desk@dailian.co.kr)

한 집 안에서 형제자매가 함께 자라지만, 그 마음의 결은 참 다르다.


의뢰인은 12살 아들, 7살 딸을 키운다. 이번 칼럼에서는 12살 아들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들은 밝고 활발하고 잘 웃는 아이지만, 속마음은 오래도록 감춰두곤 한다. 만들기를 좋아하고, 무언가를 완성해 가족에게 보여주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아이. 겉으로는 에너지가 넘치지만, 그 안에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엔 동생과 함께 방을 쓰는 구조였지만, 수면 독립을 시작하며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첫째의 침대 방을 만들어 주었는데, 문제는 방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아이의 행동이었다. 애써 구성해 놓은 방에 아이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분명 이유가 있는데 대부분은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아이는 공간에 따라 행동과 감정이 크게 달라지는 아이다. 책상에서 놀다 바로 공부를 하려 하면 집중이 안 되고, 침대 위에서 책을 보다가도 쉬는 것과 학습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불안해했다. 공간이 섞여 있으면, 마음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아이는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출처 : 도다미네플레이스 @copyright_dodamine place


그래서 첫째의 방은 기능별로 구역을 명확히 나눴다. 벙커 침대는 방 한쪽 구석에 배치해 아늑한 수면 공간이자 아지트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처럼 ‘숨을 수 있는 공간’은 감정을 쌓아두는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 정서적 긴장을 풀 수 있는 장소이자, 자신의 세계를 지킬 수 있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책상은 창과 벽을 마주하도록, 문을 등지지 않게 배치했다. 자극을 줄이고, 집중을 돕기 위해서다. 책상 옆에는 학습 트롤리를 두었고, 책상 뒤 책장에는 전시 공간이 있어 아이가 만든 작품을 진열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학습 공간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성취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는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놀이 공간의 독립이다. 책상과 침대 사이의 책장, 그리고 그 아래 바닥은 레고는 설명서 없이 창작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창의성의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완성물을 거실로 들고나와 가족에게 보여주는 이 작은 전시는, 아이가 스스로 인정받는 방식이다.


또한 정리 습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위해 수납 가구는 ‘보이는 정리’를 원칙으로 구성했다. 무엇을 어디에 넣는지 한눈에 보이고, 정리 자체가 놀이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색상 구분과 라벨링도 고려했다. 책상 옆 학습 트롤리는 ‘보이는 정리’라는 점에서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것이다. 이는 공간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된 통제감’을 높여준다. 아이가 공간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불안을 줄이고 자율성을 키우는 데 핵심적이다.


결과적으로 첫째 아들의 방은 감정을 안전하게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이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성취의 공간이 되었다. 우리는 아이가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방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아이가 ‘나’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작은 세계인 것이다.


신은경 도다미네플레이스 대표 dodamine_plac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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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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